“술집에 나갔냐고요? 네, 그랬어요.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 아르바이트한 거예요.” 80년대 글래머 스타로 유명했던 여배우 안소영.

그녀가 당당하게 과거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대어를 낚을 거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었던 기자들은 기가 팍 죽고 말았다. ‘너희들 앞에서 몽땅 털어놓을게.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 봐.’ 그녀는 이렇게 말하듯 자신만만한 말투와 도발적인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촌티나는 애송이 여배우가 감히 누구 앞이라고….’ 기자들도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당돌한 이 여배우를 몰아붙였다. 어디쯤 있는 술집이고 언제까지 나갔냐, 누가 그곳을 소개했는지 등 쉴새없이 질문이 쏟아졌다. “장소는 명동이고 낮에만 나가 일하는 곳이었어요.” 그녀의 답변에 눈치빠른 기자들은 김이 팍 새는 눈치였다.

“호프집에 나가 일한 것도 죄가 되나요?” 그녀의 반문에 더 이상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다.

기자들은 헛다리짚은 꼴이 됐다. 술집에 나간다는 제보를 받고 혹시 그녀가 요정 출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었다가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여고를 졸업하고 연극배우가 된 안소영. 그녀는 호구지책으로 호프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절박한 사정을 털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1978년 가을의 어느 날, 현진영화사에서 임권택감독을 만났다. 영화 ‘내일 또 내일’의 연출을 맡은 임감독은 참신한 신인 여배우를 발굴했다며 내게 소개했다.

그녀가 안소영이었다. 영화가 마무리돼 79년 3월 개봉을 코앞에 두고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임감독이 술집에 갔다 픽업한 애라는데” 소문이 꼬리를 물고 충무로에 번졌다. “뭔 소리를 그렇게 해. 김선경감독이 참신한 애가 있다며 추천해준 건데….” 임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영화사에선 스캔들로 비화돼 개봉에 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영화사의 요청으로 임감독은 안소영을 불러 자초지종을 캐물은뒤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사실을 밝히라”고 지시를 내려 그날 인터뷰가 마련된 것이다. 그 자리에 임감독은 나오지 않았다.

“저는 지난 봄(78년) 김선경감독님이 연출한 액션영화 ‘무림대협’으로 데뷔했어요. 그러니 임권택감독님의 ‘내일 또 내일’은 데뷔작이 아니에요. 김감독님이 제가 출연한 연극을 구경하러 오셨다가 끼가 있다며 영화를 해보자고 권유해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어요.” 영화 데뷔 과정을 설명하는 그녀의 자세는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내가 요정출신이란 얘기를 들으신 것 같은데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죠?” 그녀는 당당하게 누가 자신을 모함했는지 가르쳐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혹 떼러 갔다 오히려 혹 붙인 꼴이 되고 만 기자들 신세라니.

2년 전 딸을 낳고 미혼모가 된 안소영은 지금 미국 뉴욕에 있다. 딸의 아버지가 누군지 아리송하다.

중견 탤런트 A씨라는 소문이 나돌지만 그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애기 아빠는 ○○○예요.” 당당한 그녀가 이번에도 떳떳하게 모든 사실을 밝힐수 있을까.

/신일하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