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김미연, 박지은 등과 함께 미국 여자프로골프계를 누비고 있는 박희정(22·CJ39쇼핑) 선수. 귀여운 외모때문에 ‘코알라’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박 선수는 그러나 남을 돕는 일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착한 코알라’다.

시즌 종료를 맞아 지난 9일 일시 귀국한 박선수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일은 미국 투어로 인해 제대로 신경쓰지 못했던 고국의 불우 이웃들을 돌보는 것. 박선수는 회사측과 상의끝에 23일 삼성소년원과 명지보육원 어린이 15명을 잠실 롯데월드로 초청해 함께 놀이기구도 타고 옷도 선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감기로 인해 최근 며칠동안 몸상태가 엉망이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쉴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어 일일이 아동복 매장을 찾아 가격을 비교해가며 옷을 직접 구입했지요.”

박선수의 선행은 지난 가을 수재의연금을 내는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한 바 있다. 당시 박선수는 1억원을 쾌척해 스포츠 스타들의 기부 붐을 조성하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 박 선수가 낸 1억원은 올 수재의연금 기부 개인부문에서 개그맨 주병진(2억원), 탤런트 장나라(1억5000만원)에 이어 3위다. 스포츠 스타중에서는 단연 1위.

그러나 실상 박선수도 1억원을 쾌척할 만큼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 박승철씨가 밝힌 박선수의 올해 수입은 대략 50만달러(약 6억원). 이중 생활비로 20만달러, 세금으로 12만달러 가량을 내고 나면 실제 수중에 남는 돈은 20만달러 남짓이다. 박 선수는 올해 실수입의 절반 가까운 거액을 쾌척한 셈이다.

더군다나 박 선수의 가족은 미국에서 무주택자 신세를 면치 못하다 최근에야 집을 마련했다. 박선수가 1억원을 기부할 당시만 해도 가족들은 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모텔을 3년째 전전하고 있었으며, 박선수 역시 살림살이를 고려해 올들어 16주 연속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박 선수는 “솔직히 수입에 비해 1억원은 너무 많지 않으냐고 아버지가 말렸다”며 “그러나 우리가 어려울때 남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만큼 남들이 어려울 때 우리도 도와야한다고 설득하자 아버지도 흔쾌히 동의해줬다”고 밝혔다.

박선수는 특히 자신이 여유있을때 남을 돕는 것보다 자신이 어려울때 남을 돕는 것이 더욱 값진 일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