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계 보험회사인 ING생명 베스트 지점의 부지점장 명지희(42)씨는 원대한 꿈이 있다. 앞으로 10년동안 100억원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겠다는 것. 10년동안 보험업계에 종사한 베테랑답게 명씨는 보험으로써 이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이뤄볼 작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나눔에 뜻이 있는 고객들을 상대로 연금보험을 가입하게 만든다. 보험을 계약한 고객들은 매달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고, 몇년이 흐른 뒤 보험금 수령시기가 되면 사회복지단체가 보험금을 타게 만드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40세 계약자가 한달에 8만원씩 모두 7년동안 연금보험료를 납입하게 되면 연금수령이 시작되는 55세때부터 80세가 될때까지 실제 보험금 수령인인 사회복지재단측으로 매년 90만원정도의 연금이 지급된다. 만일 명씨의 계획대로 한달에 10명씩 10년동안 1000명의 계약자를 모은다면 향후 100억원의 보험금이 공익재단에 기부되는 셈이다.

과연 누가 남을 돕기 위해 보험까지 들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지난 9월 명씨가 이 사업을 시작한 후 가입자가 벌써 12명에 이르고 있다. 주변에서도 문의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고 있으며 회사에서도 명씨의 아이디어를 ‘사랑의 보험금’이라는 이름하에 정식 상품으로 인정해 주었다.

물론 명씨 자신도 지난 2000년 4월부터 한 복지단체를 보험금 수령인으로 지정해 2000만원짜리 종신보험을 붓고 있다.

“보통 기부는 1회성으로 끝나지만, 사랑의 보험을 들게되면 기부자가 사회에서 은퇴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죠.”

명씨가 이같이 남을 돕는 꿈을 갖게 된 데에는 큰 계기가 있다. 유치원 교사 출신으로 결혼한 후 아들 하나를 낳은 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지난 89년, 명씨에게 뜻하지 않은 병마가 찾아온 것. 이후 3년을 꼬박 병상에서 보내야만 했다.

다행히 병은 완쾌됐고, 이 시점에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보험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죽었다 살아난 것’이 너무 감사해 여생을 남 돕는 일에 헌신하기로 작정을 했다.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던중 지난 7월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사랑의 보험기금을 적립한다는 실행계획을 세웠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의 보험금이 특히 초등교육 수혜비율이 23%에 불과한 장애인들을 위해 쓰이기를 희망하는 명씨다. 장애인들이 교육기회조차 제대로 얻지못하는 것은 사회생활을 아예 하지말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많은 분들께 나눔의 삶을 확산시키고 싶어요.” 고객들에게 ‘나눔’이라는 비전을 주고싶다는 명씨의 포부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