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핵개발계획 시인에 대한 보복조치로 대북한 중유공급을 중단한데 이어 식량제공마저 끊기로 하는 등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봉쇄하고 고립·고사시키려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은 내년까지 약400만명의 북한 어린이가 기아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악의 식량난에 빠져들자 기아에 내몰린 북한 주민들의 필사적인 탈북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공안의 삼엄한 경비에도 불구, 베이징(北京) 주재 외국대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요청한 탈북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올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자는 지난해의 2배인 12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비롯, 러시아 몽골 동남아시아 등에 떠도는 재외탈북자들은 대략 30만명으로 추산되며 그 중 여성이 75.5%나 차지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인권감시(HRW)와 국제사면위원회(AI)에 따르면 이들 탈북여성은 불법체류라는 약점 때문에 중국 돈으로 2천~5천위안(약3만~7만5000원)에 조선족이나 중국인에게 노예처럼 팔려가고 있다. 이들은 강간, 매춘, 임금착취, 불법감금, 폭행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국경없는인권회(HRWF)는 최근 탈북자들이 중국경찰에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언제든지 자살할 수 있도록 주머니에 독약을 넣고 다닌다고 전해 충격을 줬다. 탈북어린이도 극도의 불량한 영양상태에서 무리를 지어 배회하며 절도등 범죄로 연명하고 있다.

송환된 탈북자들은 처벌받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정치난민으로 규정돼야 마땅함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공식 난민 지위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 제3국을 통한 한국 행을 용인해 왔다.

그러나 중국 공안이 베트남 국경을 넘다 붙잡힌 탈북자들과 중국 외교부에 진입, 망명을 요구한 탈북자들을 억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후진타오(胡錦濤)총서기 출범을 계기로 탈북자 문제에 강경대처로 기우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난민지위 부여요구를 자국의 법과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인식하거나 지위 인정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갈 가능성, 자국내 여타 소수 민족의 난민 러시 유발 등을 우려해 탈북자를 난폭하게 진압하고 대대적인 체포와 송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에서 한 탈북자가 “영화의 빠삐옹은 그래도 바퀴벌레라도 먹을 수 있지만 먹을 게 없는 북한 수용소에는 잡아 먹을 벌레조차 없다”고 말해 송환된 탈북자들이 수용소에서 겪는 고통과 실태를 짐작케 했다. 때문에 중국에서 추방된 천기원 전도사나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과 같은 탈북지원자, 미주탈북난민인권보호협회, 일본 북조선 난민구호기금과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이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이슈화하고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정부는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 외교적으로 쟁점화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탈북자 문제를 대북 정책과 분리시켜 인식하고 있고 언론들도 이에 관한 사실보도 자체에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기본적 권리인 인권문제가 정치논리나 국익 혹은 국제관계에 희생돼서는 안된다. 정부는 ‘조용한 해결’ 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탈북자 강제북송 금지와 귀국한 탈북자에 대한 처벌금지 등을 요구하고 유엔에는 탈북자의 난민지위 인정을 촉구하는 등 외교채널을 통한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아울러 탈북자들을 위한 모금활동에도 전 국민의 적극적 동참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윤성혜국제부 차장 sh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