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 이후 경제특구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또 정부의 경제특구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북한이 선수를 침에 따라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북한과의 경제특구 조성 경쟁에서조차 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정부의 경제특구 법안은 물류시설의 대폭 확충과 관련제도 정비, 외국인을 위한 경영과 생활여건 조성 등을 통해 우리나라를 동북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 국가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가까운 인천을 동북아의 물류 거점으로 만드는 것을 기본 구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인천이 동북아의 중심지에 위치한데다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등 물류 거점 도시로 부상하는데 필요불가결한 시설들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인천의 전략적 가치는 일부 깨달았지만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특구 추진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실제로 지난 1월 우리나라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육성하겠다는 기본구상을 발표한 후에야 인천 송도신도시와 서북부매립지 등을 염두에 둔 경제특구법 제정에 착수했다. 인천과 비슷한 여건의 중국 상하이(上海)가 지난 10여년간 푸둥(浦東)지역 경제특구 지정 등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거듭, 국제적인 첨단 비즈니스 타운과 하이테크 단지로 급성장한데 큰 자극을 받은 것이다. 상하이에는 현재 세계 500대 기업중 320개가 진출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개 밖에 없는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가 40여개나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아직도 경제 특구추진에 관한한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특구 지정을 ‘국가 역량 집중’차원이 아닌 ‘지역 불균형과 지역감정 해소’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당초 대상지로 올린 송도신도시 등 인천지역 3곳에 대한 경제특구를 추진하는 것도 힘겨운 판에 광양만과 부산항까지 포함시켰다. 5곳을 동시 추진할 경우 용두사미(龍頭巳尾)가 될 것은 불보듯 뻔하지 않은가.

정부는 또 자금조달 대부분을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떠넘길 뿐 진입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의 앞뒤 안맞는 행정도 질타받아 마땅하다.

인천시는 안상수시장 취임 이후 지방선거 공약에 따라 군부대와 맺은 당초의 협약을 어기고 별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채 송도미사일 기지의 영종도 이외 지역 이전을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군부대는 기지 이전이 어렵게 되자 송도신도시내 건물 신축에 대한 동의를 거부, 송도신도시 입주가 확정된 20여건의 건축허가가 반려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서 명심할 점이 있다. 국가의 장래가 걸린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 육성만큼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정치적인 목적, 인기관리 차원에서 이용돼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 인천시 등은 더이상 우리나라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 선점 경쟁에 해가 될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이상원 사회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