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탬파베이 클래식에서 23일 거둔 최경주(32)의 통산 두번째 우승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 여성골퍼 2인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박세리에 이어 남자도 세계골프 무대에서 통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최경주가 지난 5월 컴팩클래식에서 첫 우승할 때만해도 긴가민가했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한번 우승컵을 안은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천신만고 끝에 올린 첫승이 한국인 첫 PGA 투어 제패라는 역사적 이정표였다면 이번 우승은 최경주가 명실상부한 투어 정상급 선수로서 자리를 굳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샷에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팅은 연일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상금랭킹 100위권 밖에서 다음 시즌 풀시드만 받아도 감지덕지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한국의 남녀 모두 정상급선수로 올라섰다.

미천한 골프역사와 열악한 골프환경속에서도 대한의 아들딸들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붉은 악마’정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의 경우 일제말에 골프가 들어왔지만 본격적인 골프역사는 채 30년도 안된다. 골프장도 일본은 3000여개, 미국이 2만5000여개인데 반해 한국은 200개도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인은 골프채를 잡으면 70%(외국의 경우 30%)가 보기플레이(핸디 18)안에 들어간다고 한다. 기능올림픽이 열리면 항상 한국 1위, 일본 2위, 중국 3위 순인지도 오래다.

한국인이 골프와 기능올림픽과 궁합이 맞는 것은 젓가락 문화에서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묘하게도 한국은 쇠젓가락, 일본은 나무젓가락인 와리바시, 중국은 긴 나무젓가락인 찹스틱을 사용한다. 사용하기 어려운 순서대로 기능올픽의 순서가 정해지는 셈이다.

골프와 기능올림픽은 손가락 운동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가락의 정교한 놀림 없이는 좋은 기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의 경우 그립에서부터 퍼팅까지 모두 손가락에서 나온다.

우리는 젖떼기가 무섭게 젓가락질부터 배운다. 부모님의 ‘꿀밤’은 기본이다. 그렇다보니 누구나 젓가락으로 콩알은 물론 심지어 참깨 한 알까지 집을 수 있다.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묘기대행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민족의 젓가락 사용은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무령왕릉에서 쇠젓가락이 출토된 것을 볼 때 최소한 5세기 이전부터 사용해왔음이 분명하다. 숟가락의 경우 BC 1000년 전인 청동기유물에서도 출토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혼례식과 제사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에 반해 서양인들이 손으로 식사를 하다가 포크를 사용한 것은 18세기 들어와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붉은악마의 골프역사는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오창규 산업부 차장 chang@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