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을 바라보는 지방사람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강남지역 일부 31평짜리 재건축 아파트값이 무려 12억원을 넘어 서고 13평짜리 아파트도 3억5000만원에 거래된다니 지방사람들로선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괜찮은 아파트라고 해야 평당 400만~500만원에 불과한 아파트를 소유한 지방사람들은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의 강북 주민들이 느끼는 박탈감 또한 지방사람들 못지 않을 것이다. 평생 피땀 흘려 모아도 서울 강남의 아파트 전세금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과 한숨이 터져나오고 이에 따른 계층간, 지역간의 위화감이 커지고 있다. 강남에서 촉발된 아파트 투기열풍이 급기야 수도권 전체로 번지자 정부가 뒤늦게 세무조사와 기준시가 인상 등으로 응급진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나아가 수도권에 위성도시 서너 곳을 더 건설해 장기적으로 아파트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안이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 급등은 단순히 투기꾼만의 문제이거나 우수한 교육 인프라 때문만도 아니다.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집단이기주의까지 합쳐진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여기에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건설경기를 부추기고 아파트 청약규제 완화와 양도소득세 경감 등 원칙에서 벗어난 정책을 무더기로 쏟아낸 정부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서울로 모든 것이 몰리는 집중화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우리나라 최고라는 강남으로 또 몰리기 때문이다.왜곡된 아파트 가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보유과세 중심의 세제개편이 시급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을 살려 전국의 토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서울에 우수한 대학과 의료기관, 문화시설 등 모든 것이 집중돼 지방의 인재와 자금 등을 빨아가는 ‘블랙홀’로 남아 있는 한 지금과 같은 부동산 대책은 임시방편일뿐 근본적인 치유책은 될 수 없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SOC) 의 대폭 투자와 함께 지방대학의 육성책이 절실하다. 우수한 지방대학에서 인재를 육성하지 않고는 장기적으로 지방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마다 우수한 지방의 인재들을 서울로 뺏기는 바람에 지방은 인재와 자금의 유출이라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집값이 폭등하자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절대 농지를 풀어가면서까지 신도시 건설 등 수도권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국가의 중요 정책기조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을 포기하고 수도권 집중화를 강화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정부 부처와 대학의 과감한 지방이전없이 수도권 억제를 푸는 일은 주택및 교통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권력을 가진 정부부처가 중앙에 있는 한 인구와 자본은 권력쪽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억제정책의 지속이 주택과 교통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한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김광주 사회2부 차장 kjkim@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