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숱한 우여곡절속에 풀리기 시작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지난 71년과 72년 서울과 수도권 위성도시를 자로 긋듯 지정된 그린벨트가 30여년만인 지난 1월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이달들어 해제지역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은 당국이 해제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기 위해 공람공고에 들어가자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청원서를 잇달아 제출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이란 굴레 속에 재산권 행사 한번 못하다가 이제 헐값에 땅을 내놓고 아예 고향을 쫓겨날 처지가 되어버린 까닭이다. 이들 지역주민들의 집단반발은 조직화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도 군포·의왕·안산·시흥 등 8개 개발예정지역 주민들은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에 대한 처분취소 소송까지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이미 택지개발을 명분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는 건설교통부의 방침에 결사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낸 바 있다.

실제로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으로 둘러싸여 있는 안산지역은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에다 택지로 개발되면 시가지 팽창만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600여개 공장이 밀집된 광명 소하지구는 공장 이전대책을 요구하며 개발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성남 도촌지구도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개발에 반대한다며 연대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주민들의 이같은 반발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서울과 경기도 고양·남양주·과천 등 수도권에서 3754만평의 그린벨트를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에 주택난 해소를 위해 30만가구의 주택과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수도권 광역도시 계획안’을 내놓았다.

일부 학자들은 이때 벌써 정부가 균형적인 국토개발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냈다. 주택및 택지난 해소를 위해 그린벨트를 푼다면 종국적으로 ‘서울집중’과 ‘수도권집중’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택지로 바뀔 대상이 대부분 외곽도시인데다 단계적으로 개발하겠다고는 하나 과밀화로 이어질 것이고, 개발지역에 대한 교통수요 예측과 광역교통망 계획은 물론 도시기반시설 공급문제가 제대로 선결되지 않고는 수도권 비대화만 부추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미 각 지자체마다 물류유통기지에다 테마파크까지 지역현안 사업들을 해제지역에 집어넣기 위해 혈안이다.

물론 정부는 ‘선계획 후개발’과 공영개발로 저밀도의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기존 신도시에서 보듯 교육을 위시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춘 자족도시 건설이란 정부의 약속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장기적인 국토관리 차원에서 도시계획에 따라 난개발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선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번 훼손된 환경은 되돌려 놓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졸속으로 추진된 신도시 건설의 후속판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형운 사회2부 차장 hwkim@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