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프에서 27일 에어쇼에 참여하던 수호이(Su)27기가 관중속으로 추락, 최소 83명이 숨지고 116명이 부상한 사상 최대의 에어쇼 참사 원인은 안전 불감증 때문이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중들이 에어쇼를 벌이는 폭 1㎞ 길이 3㎞의 ‘공중곡예박스’에 지나치게 근접해 있었는데다, 에어쇼에 참가하는 전투기의 정비와 점검이 소홀, 유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28일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이 공식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공군조종사를 지낸 우크라이나의 바딤 그레차니노프 장군은 곡예 비행기가 관중들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지 않았다며 행사 주최측을 비난했다.

또 BBC방송은 재정이 빈약한 우크라이나 공군이 노후화된 부품을 제때 구입, 교체하지 못한 채 안전 규정을 무시한 저공비행을 하며 곡예를 펼친 것이 대형참사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고 직후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서부작전사령부는 이번 사고의 1차 원인으로 엔진결함을 들었으며, 목격자들도 사고 직전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사고를 낸 Su27기는 지역 공군부대 창설 60주년을 기념,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곡예 비행을 약 2분간 펼치다 엔진이 멈춘 채 급강하, 활주로에 근접해 에어쇼를 관람하던 1500여명의 관중 속으로 돌진했으며 관중석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또 부상자 가운데 66명은 28일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23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기가 바닥에 충돌하기 직전, 조종사 2명의 좌석이 공중으로 튕겨져 나가며 비상탈출하는 모습이 TV화면에 잡혔으며, 사고 직후 음성기록장치도 수거됐다.

사고가 난 Su27기는 미국의 F15(이글 파이터)와 같이 2개의 수직꼬리날개와 2개의 엔진을 장착한 구소련제 전투기로 지난 81년부터 우크라이나 공군에 배치됐다.

이 전투기는 지난 98년 파리 에에쇼에 참가, 수평 비행중 수직 상승, 정점에서 엔진을 끄고 기수를 하늘로 향한 채 그대로 떨어지다 다시 수평으로 비행하는 ‘코브라 기동’을 공개하며 F15를 압도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크림반도에서 휴가중이던 쿠츠마 대통령은 급거 르비프의 사고현장으로 달려갔으며, 참사의 책임을 물어 빅토르 스트렐니코프 공군 사령관과 에어쇼에 참여한 공군 제14사단의 빅토르 오니스젠코 사령관을 해임, 구속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