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오르자 외국 취재기자들은 ‘한국 축구 발전의 원동력’을 찾기 위해 열을 올린다. 평소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외국 기자들은 “한국축구가 이렇게 빨리 발전할 줄은 몰랐다”면서 “그 원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기자는 나름대로 한국축구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침이 마르도록 설명한다. 그러나 기자의 설명을 열심히 듣던 외국 기자들이 빼놓지 않고 묻는 것이 ‘한국의 프로축구’다. 순간 기자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기자도 이 부분에 관해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

특히 그들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광주, 대구, 인천 등에 연고 프로축구팀이 없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한국에는 10개 프로축구단이 연중 리그를 펼치고 있다”고 군색한 변명을 늘어 놓곤 그들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면 바로 질문이 날아온다. “일본의 프로리그(J리그)는 통신(AP, AFP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프로리그에 관한 기사는 보지 못했다”며 고개를 흔든다.

그렇다. 세계 유수의 통신들은 유럽의 프로리그를 비롯, 일본과 중국의 프로리그 순위를 매주 게재한다. 그러나 한국의 K리그는 없다. 그들로서는 한국의 K리그는 ‘프로 리그’가 아니다는 해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K리그를 아직도 정식 프로축구리그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프로리그를 인정하고 안하고 하는 규정은 없지만 통상 12개팀 이상이 리그에 참여해야 정식 프로리그로 인정한다.

정부는 ‘포스트 월드컵’대책으로 “연고 프로축구팀이 없는 월드컵개최 도시에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성에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축구발전의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국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은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터키의 3,4위전 카드섹션 구호로 ‘CU@K리그’를 채택했다.‘See You at K리그(K리그에서 만나자)’를 신세대 사이버언어로 축약해 쓴 것. 월드컵 경기에서 보여준 국민적 열기를 한국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로 이어가자는 메시지다.

그렇다, 축구발전의 원동력은 프로리그다. 월드컵이 끝난 후 각 도시에서 펼쳐질 프로축구 경기장서도 시청과 광화문에서 만났던 아줌마 아저씨, 누나 오빠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광재 기자 kj59@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