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회에서 다른 나라 경기를 볼때면 우리의 입장과 이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응원팀이 결정된다.

26일 브라질과 터키의 준결승을 보며 기자는 터키를 응원했다. 한국의 3, 4위전 상대가 브라질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세계랭킹 10위 안에 들었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오른 한국이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3, 4위전을 펼친다면 이 경기가 아마도 ‘실질적인 결승전’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을까.

한국의 3, 4위전 상대로 터키가 결정되자 어떤 사람은 “혈맹간의 친선경기가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터키의 귀네슈 감독도 브라질과이 경기를 마친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3, 4위전은 친선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 3, 4위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는 배당금도 같다. 그렇다면 굳이 3, 4위전을 별도로 치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월드컵은 4위까지 시상하고 상장도 주어지기 때문에 순위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에는 터키전을 승리해 3위 자리에 올라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전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이며 대표팀을 성원해 준 국민에게 승리로 보답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축구의 미래’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서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는 이기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듯이 2006년 독일월드컵을 대비해 자신감을 쌓기 위해서라도 3, 4위전 승리는 필수 요건이다.

또 ‘폭주기관차’처럼 거칠 것 없이 질주한 한국축구에 대해 시샘이라도 하듯 심판판정 문제를 제기한 일부 유럽국가들에 진짜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 또다른 돌풍의 주역으로 꼽혔던 터키를 누르고 3위에 올라야 한다.

여기에 98프랑스월드컵 3, 4위전에서 크로아티아에 패해 ‘4위 감독’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는 히딩크 감독에게 3위를 선물해야 한다. 또 있다. 태극전사들은 한국이 월드컵에 처녀출전한 1954년 대회에서 선배들이 터키에 당했던 0-7의 참패도 이제는 되돌려 줘야 한다. 또 한번 ‘오∼필승 코리아’를 외쳐본다.

/박광재 기자 kj59@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