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이미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축구대표팀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던 기자였지만 25일 한국대표팀의 독일과 치른 준결승전은 예전과는 또다른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월드컵 우승을 목전에 뒀기 때문도, 상대가 독일이었기 때문도 아닌 것 같다. 16강전 이후 이탈리아, 스페인과 벌였던 연장 승부로 인해 고갈된 ‘체력’이 태극전사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경기 전반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은 지난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때보다 훨씬 좋았다. 회복훈련 프로그램의 효과가 놀라웠다. 그러나 경기가 흐를수록 선수들의 몸놀림은 연료가 바닥난 자동차의 푸드덕거림과 같았다. 특히 김태영과 최진철, 홍명보 등 수비진은 상대 스트라이커 클로제와 노이빌레의 스피드, 제공권을 차단하는데 더욱 힘이 부쳐 보였다. 특유의 미드필드 압박이 될 수가 없었다. 기동성은 물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다.

그간 철벽수비를 보였던 최진철도 체력 저하로 부상을 얻게 됐다. 최진철의 공백은 곧바로 실점으로 이었졌고, 이를 만회하기위한 히딩크 감독의 또한번의 극단적인 공격 강화 전술(홍명보의 교체)은 마지막까지 불안한 경기로 이어졌다. ‘만약’이고, 아쉬움이지만 후반에 최진철 대신에 이번 대회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이민성을 넣기 보다는 유상철을 아래로 내리고 이을용이나 윤정환을 기용해 허리를 보강했으면 어땠을까.

▲독일은 한국을 이길 자격이 있었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무대에서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이 왜 한국에 졌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우선 독일은 한국축구에 두려움을 갖고 철저히 준비했다는 것이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과 달랐다. 독일의 푀ㄹ러 감독은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른것을 결코 ‘이변’이나 ‘홈어드벤티지의 결과’로 보지 않았다. 한국의 전력을 정확히 파악했던 것.

？러 감독은 독일이 그간 사용해 왔던 3-5-2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4백 시스템으로 한국에 맞섰다. 결국 독일의 4백은 한국의 빠른 스피드와 외곽 측면 돌파를 효과적으로 막아냈고, 그들의 무기인 고공플레이까지 위력을 더할 수 있었다. 독일 입장에서는 ‘한국을 두려워하고 철저히 준비한 것’이 승인이었다. 녹슨 ‘전차군단’이라고 해도 역시 독일은 독일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위대한 전진을 이뤘다. 선수들의 노력,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으로 금세기 내에는 다시올것 같지 않은 ‘월드컵 4강’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방인 히딩크에 의해 가능성이 확인된 한국축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들의 ‘신화 만들기’는 4년후 독일월드컵에서도 계속되야 한다.

/박광재 kj59@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