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의 수컷은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깃을 활짝 펴 암컷의 사랑을 갈구한다. 원숭이는 빨간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어 피앙새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한다.

사람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흘깃 훔쳐보는 데서 시작해 야릇한 눈길을 주고 받거나 묘한 웃음을 흘리는 것으로 상대에 대한 호감을 표현한다. 이렇듯 사람에게 있어 성적인 충동의 첫 단계는 바로 눈에서 시작된다. 보통 남성이 시각적인 충동에는 훨씬 예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 실시된 실험 결과인데, 남녀에게 세미 누드나 성교 장면의 슬라이드를 보여준 뒤 얼마나 성욕을 느꼈는지 물어본 결과 남자중 35~40%, 여자의 40~45%가 성욕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런데 에로 영화나 인터넷 성인 사이트 등은 남성이 시각적인 자극에 보다 민감하다는 주장만을 의식해서인지 철저하게 남성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성적인 충동에서 시각적인 자극을 받는 것은 여성이나 남성이나 동일하지만 반응에서는 차이가 난다.

남성은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여성의 나체를 보는 것만으로 쉽게 흥분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성감 자체가 거의 성기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로 간단하게 성기를 자극하여 쾌감의 절정에 도달할 수가 있다. 또 성감이 고도로 발전한 남성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사정에 이른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반면에 여성은 남성의 나체를 보고 자극을 받더라도 이내 활발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유두나 질 부위에서 미미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가 반응이 다른 이유는, 여성의 경우 성감이 신체 곳곳에 분포돼 있으며 사회적 관습에 억눌려 쉽사리 성욕을 드러내지 못하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여성들의 성 관념도 변하는 듯 하다.

최근 상영되는 에로 영화들의 주요 관객층이 여성이라는 어느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이를 증명해 준다.

하태준 /선릉탑비뇨기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