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종종 타자가 휘두르는 방망이가 투수의 공에 밀리며 부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힘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충격에 못이겨 방망이가 부러지고 마는 것. 그런데 이런 일이 섹스에서도 발생한다. 갑자기 고난도 테크닉을 구사하거나 현란한 체위를 과시하는 남성들에게 적잖게 발생하는 ‘대형사고’다. 순식간에 달콤하던 분위기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즉 음경이 골절되면 발기는 금세 수그러들고, 심한 통증과 더불어 퉁퉁 붓게 된다. 또 피부는 멍이 들어 검붉게 변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엄밀히 말하면 ‘음경골절’은 틀린 표현이다. 음경에 연골이 있는 동물도 있지만, 사람은 음경에 뼈가 없어 ‘음경해면체 백막 파열’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하지만 발기된 음경은 뼈가 있는 듯 단단하고 이 상태에서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음경을 둘러싼 백막이 파열된다. 이때 뼈가 부러지듯 뚝하는 소리와 함께 음경이 휘어져 음경골절이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음경골절은 음경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더 많다. 음경이 작으면 잘 부러지지 않을 것 같지만 발기시 훨씬 딱딱해 그만큼 부러질 확률이 높다.

음경골절은 자위행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정을 억제하려고 귀두 부위를 강하게 압박하거나 발기상태를 급히 수그러뜨리기 위해 억지로 굽히다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들이 자위행위를 하다 부모에게 들켜 순간적으로 음경을 꺾어버리는 경우도 적잖다. 음경골절로 오는 응급환자들을 보면 여성상위로 성행위를 하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음경이 질내 삽입된 상태에서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음경이 질에서 빠져나오다 다시 삽입되는 과정에서 꺾이면서 골절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음경골절은 비정상적인 성생활에서 유발되기 쉽지만 평소 부부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이나 부종이 심할 때는 병원을 찾지만 불완전 파열이나 단순 혈관파열 등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창피한 마음에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백막의 파열을 방치하면 나중에 해면체나 백막이 섬유화돼 발기시 음경이 휘어 정상적인 성관계를 할 수 없을 뿐더러 발기부전과 만성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선릉탑비뇨기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