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에 자녀가 없다면 그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자가 자식을 낳지 못하면 칠거지악에 속해 소박까지 맞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남성의 정자라는 것이 발견되며 이런 편견은 깨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정자의 발견은 불임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고, 무조건 불임의 원인이 여성이 아니란 사실을 알려줬다.

남성 불임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첫째 정자 형성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또 정자의 운동성에 장애가 일어나는 것도 불임의 주요 원인이 된다. 정액의 성분에 이상이 생겨서 불임이 생길 수 있다. 그밖에 사정 장애에 의한 불임이 있다.

이 중에 정자 운동이 불량할 때가 가장 치료 가능성이 높다. 보통 전체 불임남성의 15~20%를 차지한다. 특히 2차대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정관수술과 정관복원술이 활발하게 시행되면서 정자의 수송 장애에 대한 치료술이 크게 발전하였다.

그중에서도 부고환 폐색에 따른 수송장애는 남성불임에 있어 가장 흔한 사례이다. 이제는 고도로 발전된 정관복원술에 힘입어 부고환의 미세관과 정관을 이어주는 수술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런 부고환 폐색의 원인으로는 대개 부고환에 염증이 생긴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발생했을 때는 손을 대기 어렵다. 이럴 때는 대개 부고환의 성장과 발달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부고환염은 대개 세균이나 임질균, 결핵균 등에 감염돼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물게는 사정관의 입구가 막혀 불임이 될 수도 있다. 사정관이란 정낭과 전립선의 분비액이 모여 요도내로 분비되는 가는 관을 말한다. 주로 선천적으로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자는 정액의 양이 정상인보다 적은 것이 특징으로, 요즘은 경직장 초음파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고 요도를 통한 내시경 수술로 간단히 치료된다.

하태준 /선릉탑비뇨기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