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심리 속에는 누구나 타인의 사생활 같은 것을 엿보고 싶은 충동 같은 것이 조금씩은 있게 마련이다. 이른바 관음증은 인간의 본능으로도 해석되어 실제 이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많다. 그러나 영화에서의 관음증은 요즘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나 연예인 비디오 파문 등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관음증이 본능적인 욕구라면 도덕적으로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것인가. 의학용어로 여성의 팬티나 브래지어를 몰래 훔치다가 발각되는 예를 ‘대물성 색욕이상(fetishism)’이라고 한다. 일종의 변질된 관음증인 것이다. 관음증이란 일종의 나체나 남의 성행위 장면을 봄으로써 성적만족을 얻는 것을 말하는데, 남성의 경우 어느 정도는 이런 욕구들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육체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것은 남성의 본능이다. 다만 이런 본능이 자제되고, 감춰져 있을 뿐이다. 이런 ‘훔쳐보기’는 유년기부터 시작되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고 남들의 정사 장면을 엿보는 행위를 통해서만 성적만족을 얻게 된다면 이는 필시 성적인 변태며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보통 관음증이 있는 남성이 자신의 여성을 훔쳐보는 경우는 없다. 그런가 하면 훔쳐본 여성에게 접근하지도 않는다. 전형적인 관음증 환자는 여성 앞에서 오히려 수줍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의외로 성 경험이 아주 적고, 성적인 열등감도 심하다. 프로이트는 노출되지 않게 자신의 관찰행위를 숨기며 성적 쾌락을 느끼는 것을 관음주의(voyeurism)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포르노를 통한 관음증이다. 포르노 정사 장면을 통해 성적인 환상을 느낀다면 이 또한 정상이 아니다. 포르노는 전문 배우들에 의해 제작되므로 심벌의 크기, 성교 시간, 테크닉 등에서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대개의 남성들은 이를 보고 정신적으로 위축되는데 이런 심리상태는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의 요인들과 합쳐져 발기부전, 조루 등 성기능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최근 직장 남성의 30%가 성기능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태준 선릉탑비뇨기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