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무 교수는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매년 몇달씩 탱크가 교문을 막는 시절 대학을 다니며 민중문화에 눈뜨기 시작, 민속학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74년 서강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민속학의 중심지였던 인디애나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보수성향으로 기울고 있었던 미국 민속학에 실망하고 여성학,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도입한 비교문학, 영화학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새로운 이론의 단초를 발견하기 위해 애쓴다.

학업과 제도권 밖 진보적 문화비평 작업을 병행하던 그는 88년 인디애나대에서 민속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92년에는 동아시아 문화비평지 ‘포지션스(Positions)’를 창간, 아시아문화연구의 시각을 전환하는 작업을 이끌며 한국 문제를 세계 지성계의 관심사로 부각시켰다. 97년 광주비엔날레 국제학술대회의 책임자로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전지구화와 탈식민주의’를 주제로 한 대규모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UCLA, UC샌타바버라의 문화인류학 교수를 거쳐 92년부터 UCI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UCI 비판이론중심 대학원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아 미국내 랭킹 1위 수준으로 끌어올려놓았고, 타대학과 차별성을 둔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립해 비평이론에 중점을 두고 문화텍스트를 폭넓게 연구하는 엘리트 프로그램으로 성장시켰다.

‘포지션스’ 부주간, 6개국어로 동시발간되는 다국어 문화비평잡지 ‘흔적(Traces)’과 유색 페미니즘 잡지 ‘메리디언스(Meridians)’의 편집위원, 영국에서 발간되는 식민후기 연구지 ‘인터벤션스(Interventions)’와 국내 계간지 ‘당대비평’, ‘아시아 여성학 저널(AJWS)’ 등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편저 ‘위험한 여성’(삼인)이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됐으며, 박정희 정권의 문화정책과 민족민주주의 사회변혁운동, 그리고 북한의 문화를 탈식민문제와 연결시켜 문화 비평적 입장과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오월에 내리는 서리(Frost in May)’가 빠르면 올해 안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정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