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법의 시행 등 남녀평등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일고 있지만 아직도 가부장제의 오랜 관습은 남아있다. 특히 아들을 선호하는 풍조가 대표적이다. 옛날 여인들은 아들을 낳지 못하면 공공연하게 씨받이를 들이는 설움과 함께 시어머니와 남편에게서 박대와 고초를 당하며 살아왔다. 영화 ‘씨받이’는 이런 가부장제가 낳은 비극을 잘 그려 세계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아들을 낳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므로 아들을 낳게 한다는 속설 또한 너무 많다. 천으로 고추 모양을 만들어 방에 걸어 놓는다든지, 도끼를 침상 밑에 넣고 남편과 동침을 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든지, 부처의 코에 신령한 힘이 있다고 믿어 애꿎은 부처님 코만 수난을 겪기도 했다. 제주도의 특산물인 돌하루방의 코를 갈아마시는 것도 결국 아들을 낳기 위한 비법으로 전해진 것.

이런 풍습은 고대 일본에서도 있어 아내가 남편의 모조 음경을 크게 만들어 흰색으로 칠한 뒤에 이를 짊어지고 100일간 높은 산의 사당에 오르거나 우물가를 돌면 아들을 낳는다는 비법이 전해진다. 물론 한결같이 과학적인 근거는 찾아 볼 수 없는 속설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도 이같은 아들을 낳는 ‘비방’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염색체를 조절하여 성별을 구별하는 선택적 임신이 현재 진행중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또한 새벽에 부부관계를 맺으면 아들을 잉태할 확률이 높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단순히 새벽에 Y염색체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이론에 의존해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가 하면 Y염색체가 약알칼리성에서 활발히 움직인다고 하여 동침 전에 여성의 질을 알칼리성인 소다수로 씻으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다분히 의학적인 이론을 짜맞추는데 급급한 것으로,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개연성의 범주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하태준 선릉탑비뇨기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