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성행위 도중 사망하는 것을 가리켜 ‘복상사(腹上死)’라고 한다. 말그대로 성교를 하다 여자의 배 위에서 죽었다는 뜻으로 내인성(內因性) 급사에 속한다. 주로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같은 순환기 계통의 질환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복상사를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달콤한 죽음(sweet death, mort douce)’이라고도 표현한다. 중국에서는 색풍(色風)이라고 하여, 성교 중 사망을 상마풍(上馬風), 성교 후를 하마풍(下馬風)이라고 한다.

실제 병원에 오는 환자들중에는 평소 혈압이 높은데 부부관계를 즐겨도 괜찮겠냐며 은근히 복상사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성교 중에는 신체리듬상 호흡, 맥박, 혈압이 모두 상승하고, 사정하는 순간 혈압이 최고조에 달하게 돼 염려스러운 바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복상사는 고혈압 등 지병에 의한 것 보다는 섹스의 성격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즉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 복상사의 화를 입는 경우 보다는 외도와 같은 특별한 정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위 혈압이 200㎎/Hg이상의 중증의 고혈압을 제외하고는 성교할 때 혈압이 상승하여 미치는 화는 극히 순간적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면 섹스를 하기 전에 혈압을 미리 체크하면 될 일이다. 다만 너무 격렬하거나 장시간 성교를 지속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술을 마셔도 안된다. 성교 횟수를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체력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여성 상위의 체위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 또 하루중 새벽 3~5시에 혈관이 수축되는 경향이 있어 이때는 혈압이 상승하므로 고혈압 환자의 경우 이 시간대에는 성교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태준 선릉탑비뇨기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