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허리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보장하는 열쇠인가. 이런 생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성교자세로 알려진 남성상위의 체위와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17, 18세기 유럽의 대항해시대 남태평양 일대를 정복한 선교사들은 그 곳 원주민들이 웅크리고 앉아 성교하는 것을 보고는 남성이 여성의 위로 올라가 얼굴을 마주보는 자세로 성교하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선교사체위(missionary position)’라고 조롱하며 거절했다. 당시만 해도 교회가 상당한 구속력을 행사했던 때라서 개인의 성교에까지 일일이 간섭했던 것이다. 오직 남성상위만을 신성시하며 죄악시되는 성행위를 열거한 지침서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고해하러 온 신도들은 지침서가 규정한대로 했는지 털어놓아야 했다.

또 서양의 지식인들은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100가지로 요약하며 그중 하나로 여성상위의 성교 풍조를 꼽았다. 이는 사람들 뇌리에 깊게 작용하여 의식 자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현대에 와서도 많은 사람들은 은연중에 남성 상위의 자세를 가장 선호하며 다른 체위를 쓰는 것은 음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남성상위는 가부장제적인 이데올로기와도 접목되어 있다.

이런 외적인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남성상위는 남성의 허리에 큰 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자칫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척추신경에 손상이 없는 한, 요통이 있다고 해서 부부관계를 기피할 것까지는 없다고 본다. 실제로 경미한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경우 부드러운 부부관계가 통증을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신경계는 접촉 감각이 통증 감각의 신경보다 우선하므로 기분 좋은 접촉은 오히려 통증을 일으키는 감각 신경줄을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접촉 감각은 굵은 신경섬유로 전달되는 데 반해, 통증 감각은 가는 신경섬유로 전달되므로 접촉 감각이 보다 우위에 있다. 따라서 섹스가 요통을 낫게 한다는 주장은 결국 접촉 감각이 요통 감각보다 우선적으로 전달되어 가능하다. 이는 ‘엄마손이 약손’이란 속담과도 같은 맥락으로 행복한 부부관계에 있어 남편의 허리건강이 절대적인 요소가 아님을 말해주는 것이다.

/하태준 선릉탑비뇨기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