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6월 26일 백범 김구선생을 암살한 안두희가 미군방첩대(CIC) 요원이었음이 새롭게 밝혀져 백범 암살에 미국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의혹을 한층 짙게 했다.

또한 안두희에게 백범 암살을 지시한 인물은 해방 직후 활발한 대(對)공산주의 테러 활동을 벌인 극우테러리스트 집단 ‘백의사’(白衣社)의 단장인 염동진(일명 염응택)인 것으로 드러났다. 백의사는 46년 수류탄을 투척, 김일성 암살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사편찬위원회는 4일 재미사학자 방선주 박사팀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발굴한 문서인 ‘김구 암살에 관한 배후정보(Kim Koo-Background Information Concerning Assassination)’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해방직후 미국 제1군사령부 정보장교로 한국에 근무했던 조지 E 실리 소령이 백범 암살 3일 뒤인 1949년 6월29일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여기서 실리는 안두희가 CIC 정보원이었으며 자신의 정보원으로 활동했다고 회상했다.

이 문건은 또 안두희가 ‘백의사’ 골수단원으로 활동했음을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백의사’는 해방전 평양에서 조직된 ‘대동단’을 모태로 1942년 8월2일 창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의사는 1946년 3월1일 평양역 광장에서 열린 3·1절 기념행사장에서 소련 공산당 주요 인물과 김일성·김책·최용건·김두봉을 비롯한 북한 공산당의 핵심 인물들을 암살하기 위해 폭탄투척사건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북한지역 토착 공산주의자의 대표자로 지목되는 현준혁을 암살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나중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신익희·유진산과 긴밀한 협력을 하기도 했다. 이 문건에는 ‘백의사’가 김구와 현준혁 말고도 여운형과 송진우, 장덕수를 비롯한 주요 인사 암살에 개입했음을 지적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편찬위측은 “이 문서에 김구 선생 시해사건 당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빠져있어 미국 방첩대가 시해사건의 배후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작성자는 한국 근무 당시 안두희를 잘 알고 있었고 안씨가 CIC를 위한 정보원으로 일하다 나중에 정식 요원이 됐다고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백의사’의 단장 염동진(본명 염응택) 앞에서 안두희가 ‘죽음으로써 활동하겠다’고 맹서했으며, 김구 선생이 염동진과도 잘 아는 사이라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고 편찬위측은 말했다.

/박상주·홍성철기자 sjpark@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