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글학자 허웅-유열

남북의 원로 국어학자인 허웅(許雄) 한글학회장과류렬(柳烈) 북한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장이 해후의 자리를 가졌다.

이 두 사람은 북측이산가족 명단에 류씨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허씨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통일부에 표시해옴에 따라 17일 오후 7시 통일부 장관주최로서울 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환송만찬에서 한 테이블에 앉게 된 것.

만찬장에서 얼굴을 먼저 알아본 허씨가 "이렇게 만나게 되니 꿈만 같다"며 악수를 청하자 류씨 역시 뜨거운 포옹으로 답했고 두 사람은 만찬 내내 부여잡은 손을놓을 줄 몰랐다.

해방후 같은 한글학회 소속으로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활동했던 허씨와 류씨의이날 화두는 단연 남북간 언어 이질화의 극복을 통한 언어통일 문제.

류씨가 먼저 "서울글은 외래어로 난장판이 돼 민족주체성이 전혀 없다"며 "남북간 언어의 통일이야말로 통일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허씨도 "언어가 같으면 생각이 같아져 언어통일이야말로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며 화답했다.

이어 허씨는 지난 48년 류씨가 펴낸 `훈민정음 옮김과 해설' `풀이된 훈민정음'(보신각 펴냄)과 함께 한글학회 김계곤 부회장이 50년전 스승 류씨에게 받은 수강노트 복사본을 선물로 건네자 류씨는 과거를 회상하며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이들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안부를 물으며 상기된 얼굴로 백세주잔을 함께 기울였으며 특히 류씨는 허씨의 휴대폰을 통해 부산에서 알고 지내던 옛친구인 박지홍씨와 `전화상봉'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에 앞서 류씨는 이날 오후 워커힐호텔 객실에서 홍익대 국문과 교수 시절 제자로 한글학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상태(75.서울 양천구 신월동)씨를 만나 감격적인 재회를 맛보기도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