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날인 지난 3일 밤 12시 전후 심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렸던 ’자유2000’ 공연에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뜻밖에도 DJ DOC였다. 이 댄스그룹은 애완견을 데리고 나왔는가 하면, 입에는 막대사탕을 문 썰렁한 차림이었다. 그리고는 최근 지상파 방송에 나가지 못한 한풀이라도 하듯 격렬한 랩을 쏟아부었다. 실은 ’자유2000’은 대중음악에 대한 사전검열 철폐를 기념하기 위한 ’근엄한 무대’. 그렇다면 노출이 심한 여성 백댄서까지 동원한 ’날라리 DJ DOC’의 무대 출연은 `자유 2000’분위기와는 한참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왜? DJ DOC의 기존 이미지는 ’사회의식은 쥐뿔인’ 양아치과(科)처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아치들이 요즘 아연 싸우고 있다. 자신들의 신곡(’LIE’와 ’포졸이’)때문에 5집 앨범 ’The Life...Doc Blues 5%’가 ’연소자 이용불가 음반’판정을 받았고, 앨범의 모든 노래가 방송 금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괜스레 저항을 상품화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곱잖은 눈길까지 받으며 안팎으로 닦달을 당하는 이들 양아치들의 볼멘 목소리에 담긴 속마음를 들어봤다. 그들은 ”정치나 사회의식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제도권이 누르니까 되받아칠 뿐”고 털어놨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노출시켜 되도록 그들의 어투를 살렸다.

-이번 앨범에 스스로 ’18세 미만 청취불가’란 스티커를 붙여서 판매했다. 정말 자신들의 노래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생각하는가.

”말도 아니다. 그건 여론에 대한 면피용 포장일 뿐이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못들을 만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욕이란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하는 것 아닌가. 영화나 TV에서 욕하는 건 문제가 안되는데 왜 음악만 문제가 되는가. 요즘 어투로 ’되게 이쁘다’고 했던 것이 요즘 어투로 ’졸라 이뿌다’가 된 것일 뿐이다.”

청소년이 못들을 얘기 한 것 없어

- 노래’포졸이’에 대해서 경찰청은 ’상업성을 목적으로 파문을 노린 것’이라서 대응치 않겠다고 했다. 그런 판단이 맞을까.

”경찰은 우리 앨범이 나오기 두 달 전부터 작업실을 수시로 찾아와 괴롭혔다. 아마 소문이 났던 모양이다.’가사를 보여달라’, ’발매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라며 협박했다. 또 경찰들이 도매상에 압력을 넣어서 유통도 이틀이나 늦어졌다. 우리는 전체 경찰을 비난을 했던 게 아니다. 그냥 우리가 삶 속에서 겪은 이야기, 심정을 내 뱉은 것뿐이다. 왜 경찰을 비판해서는 안되는가.”

- 삶 속의 경험이라고 했는데, 무슨 경험을 했길래 경찰을 그리 미워하는가.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는 수시로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우린 가방이 끈 짧아서 잘 모르지만 조사 받을 때는 죄인이 아닌 걸로 안다. 그런데 거기만 들어가면 우린 완전히 ’졸(卒)’이 되는 분위기다. 얼마전 ’업타운’ 멤버가 마약을 했다는 혐의로 잡혀 들어갈 때 머릴 안숙였다고 비판이 일었던 걸로 안다. 왜 머릴 숙이나. 죄인도 아닌데, 나도 머리 꼿꼿이 세우고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일 없이 풀려났다.”

- 문제가 된 노래 가사를 수정해서 새롭게 앨범을 내놓을 것이란 이야길 들었다. 뮤지션으로선 자존심 구기는 이른바 클린버전(Clean Version)인데 사실인가.

”거짓말이다. 우릴 좆밥으로 보는 거다. 정말 사이비 언론때문에 열 받는다. 심지어 우리가 ’모범 경찰에게 돈을 주겠다’는 얘기도 보도됐다. 우린 지금 줄 돈도 없고, 그렇게 착한 아이들도 아니다. 그런 가식적인 이야기 정말 싫다.”

-끝까지 버틸 자신이 있는가.

”물론이다. 절대로 가사 수정은 없었다. 우린 앨범에 그 곡들을 넣으면서 이번에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큰 맘 먹고 넣은 거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가사수정 전례는 더 이상 안 된다. 그래도 방송은 해야 했기에 이번에 문제가 된 곡들을 빼고 7곡을 넣어 방송용 싱글을 만들어서 심의가 통과되었다. 얼마나 우스운 이야긴가.”

무조건 '졸' 취급…경찰에 불만 많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포졸이와 LIE의 가사를 앨범 속지에서 뺐다. 왜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인건가.

”제작사인 DMR측에서 두 곡의 가사를 빼자고 해서 처음엔 고민했다. 하지만 뭐, 노래에서 할 이야긴 다했으니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가사가 없으면 더 열심히 들을 수 있지도 않을까 잔머리도 굴렸다. 굳이 가사보고 싶으면 인터넷에서 다 찾아 볼 수 있고”

-양아치 딴따라가 저항가수가 된 심정이 어떤가.

”우린 저항이나 진보가 뭔지 모른다. 그저 제도권이 우릴 누르니까 버팅기는 거다. 자기 비하일까? 고백컨데 우린 단순 무식 스타일이다. 상품화? 문제가 된 곡을 안넣었으면 훨씬 더 잘 팔렸을 것이다. (현재 약 40만장의 판매고 기록 중) ’저항의 상품화’라면 차라리 2집때 부른 ’성수대교’ 같은 곡이 그런 경우인데, 실은 서태지 ’교실이데아’의 성공을 보고 기획사가 억지로 시켰다. 하지만 지난 앨범의 ’삐걱삐걱’이나 이번 앨범의 곡들은 우리가 정말 부르고 싶어서 부른 거다.

저항따윈 몰라…부르고 싶은 것 부를 뿐

- 이번 앨범에 홍대 쪽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이 많이 참여한 것이 보인다.

”재능있는 후배들이 우리의 과거처럼 꼭두각시가 되는 게 보기싫어 이번 앨범에 참여시켰고 앞으로는 이들의 앨범을 제작해서 매니지먼트 할 계획이다.”

- 명색이 이번 김대중 정권의 창출에 한 몫한 사람들인데 이렇게 탄압 당하는 기분이 어떤가 배신감은 없나. (지난 대선에 김대중 후보측은 ’DOC와 춤을’을 개사해서 ’DJ와 춤을’을 로고송으로 삼았다)

”애당초 어떤 기대를 해서 노래를 내준 것은 아니다. 그나마 김대중 후보가 조금 나아 보여서 준거다. 정치엔 관심 없다.(3명의 멤버 중 한명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투표했다고 한다) 선거가 끝난 후 청와대 가서 밥 먹고 ’청와대 시계’를 감사장과 함께 받았다. 그게 대수인가”

<대담,정리=우승현 기자>

'라이'와 '포졸이' 어떤 노래길래…
가요검열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