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장병탁(서울대교수)

“생물체의 진화나 학습 특성을 유전자(DNA)적 분자 수준에서 파악, 그 메커니즘을 흉내냄으로써 ‘상식이 통하는’ 좀더 지능적인 컴퓨터를 만들고자 합니다.” ‘바이오지능(BI:생물지능)’이라는 용어를 세계 최초로 고안한 서울공대 컴퓨터공학과 張炳卓(장병탁.35·사진)교수는 “지난 40여년동안 소위 ‘기호논리’라는 조작 원칙에 기반해서 기억, 추론하고 문제를 푸는 인공지능(AI)이 주류를 형성해 왔지만 최근 그것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호논리 혹은 심리학에 기초한 전통 인공지능의 경우 아무리 방대한 정보가 입력된다 해도 실제 현장에서의 돌발적 상황에 부닥치면 전혀 엉뚱하게 대처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70∼80년대 개발된 ‘전문가시스템’은 인공지능에 기억의 범위를 좁게 한정시키는 대신, 깊이있는 지식을 넣어 주고자 하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것 역시 3살바기 어린이들도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상식’을 알아맞힌다는 것이 컴퓨터에는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張교수는 “90년대를 전후로 하등생물의 지능을 흉내내려는 새로운 시도가 일게 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과학자들은 개미의 개체지능은 비록 지극히 단순하고 낮지만 그것들이 모이면 하나의 창발적 지능적 현상, 즉 사회를 구성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張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분자 수준에서의 자연 세계의 진화현상이라든지 환경에 대한 유전자의 적자생존 원리에 기초한 인공지능시스템을 개발코자 하고 있다.

말하자면 상식이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닌만큼, 어린이가 전문인이 될 때까지 겪는 학습과정을 모방함으로써 컴퓨터에 처음부터 모든 지식을 입력시키는 대신, 컴퓨터로 하여금 스스로 지식을 축적해 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생물학적인 기계 학습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최근 張교수팀이 쓴 ‘디옥시리보핵산 분자컴퓨터’란 논문도 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尹性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