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LG그룹의 뚝섬 돔구장

서울시가 LG그룹과 맺은 뚝섬 돔구장 건설계약과 관련해 특혜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회가 LG그룹의 서울시에 대한 로비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당초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주경기장을 짓겠다는 조건으로 지난 3월 LG그룹에 뚝섬 돔구장 부지(3만3천평)를 주변시세의 3분의1 가격인 9백95억3천만원에 매각했으나, 그뒤 사업신청서를 내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계약조건이 변경돼 축구경기장 대신 야구전용경기장으로 지으려는 LG그룹의 계획이 최근 드러나면서 제기되고 있다.

96년12월 사업자선정 입찰공고 내용에는 뚝섬 돔구장의 계약조건에 ‘월드컵축구대회 준결승 이상의 경기를 개최할수 있는 시설을 갖춘 6만5천석 이상의 다목적 개폐식 돔’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건을 받아들여 입찰에 응했던 LG그룹은 사업자로 선정된뒤 사업신청서를 내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관중석을 5만석으로 줄였고 개폐식 돔도 밀폐식 돔으로 변경했다. 5만석 규모의 뚝섬 돔구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미달돼 준결승 이상의 월드컵경기를 치를수 없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95년 5월과 10월 월드컵조직위가 발송한 공문 및 서울시 문건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는 LG그룹의 건설계획 변경과정에서 서울시 담당공무원에 대한 집중적인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26일 시작될 서울시 임시의회에서 재정경제위원회가 중심이 돼 이를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 김승건(민주당)의원은 “당시 서울시의회가 LG그룹에 대한 부지매각을 동의해줄 때도 분명히 월드컵경기장으로 사용한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만일 담당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계약조건 변경을 승인해줬거나, 당초 사업취지와 달리 야구장으로 설계된 것이 사실이라면 조사를 벌인뒤 의회의 동의 취소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계약조건 변경 사실은 최근까지 시정 최고책임자인 조순 시장조차도 몰랐을만큼 은밀하게 이루어져 더욱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실무담당자는 “사업신청 과정에서 관중석 규모가 줄어드는 등 당초 입찰 내용과 어긋나 ‘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당시 월드컵유치위의 협조공문 때문에 떼밀리다시피 결재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협조공문도 유치위에서 정식 논의과정이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측은 LG그룹이 월드컵축구 개막식 경기장 건립을 내세워 엄청난 부동산 투자이득을 취하는 한편 뚝섬 돔구장을 축구 대신 인기있고 수지타산이 맞는 야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관계자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LG그룹은 뚝섬 돔구장 문제가 특혜의혹으로 비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최근 관중석을 다시 6만5천석으로 늘리고 밀폐식 돔을 개폐식 돔으로 원상복구시키는 등 건설계획안을 재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LG그룹 홍보실의 이상민 부장은 지난 13일 “관중석 규모가 축소된 부분에 대해선 설계를 원상복구해 당초 계약조건(6만5천석)에 맞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 월드컵축구 개막식을 치르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고, 김병국 돔구장설계팀장은 19일 “돔구장 설계는 처음부터 6만5천석에 개폐식 지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상반된 해명을 해 돔구장 설계내용이 최근 논란이 일자 급하게 당초계약대로 재수정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LG그룹은 현재의 돔구장 부지만으론 주차공간이 절대부족하기 때문에 돔부지 옆의 공공시설부지(5만3천평)도 추가매입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 부지에 대단위 레저타운을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만일 돔구장 규모가 축소되거나 축구장시설로 부적합할 경우 이는 계약위반 사항이 되기 때문에 관련 서류를 검토중이며 이 경우 돔구장 부지 매매계약 자체를 파기할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金泓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