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주진오교수

1884년 갑신정변을 앞두고 개화파가 분열한 원인은 단순히 행동방식이나 개혁추진의 모델차이가 아니라 사상적 기반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학계에서 통용되고있는 급진개화파(변법 유신개화파)와 온건개화파(양무 시무개화파)으 구분도 재고돼야한다는 것이다. 주진오(40) 상명대교수는 19일 서울 교대에서 '1884년 정변의 사상적 배경과 정령분석'을 주제로 열린 제52회 한국역사연구회 연구발표회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朱교수는 이날 ‘1884년 갑신정변의 사상적 배경’이란 논문을 통해 “갑신정변은 문호개방 이후 지배층 안에서 東道西器論(동도서기론)이 체계를 갖추어 가는 과정에 일본 등지에서 文明開化論(문명개화론)을 접한 일부 세력들이 급속하게 동도서기론과 대립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朱교수에 따르면 외세의 침탈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사상적 흐름은 1860년대까지만해도 소극적인 海防論(해방론), 또는 혼란을 틈타 봉기하는 국내의 반란세력이나 잘 단속하자는 內修外攘論(내수외양론)이 주류였다. 그러나 1871년 신미양요 이후 서양세력을 수교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개국론이, 다시 문호개방을 계기로 동도서기론이 등장하게 된다.
朱교수는 무엇보다 민씨정권은 흥선대원군이나 척사론자들과 달리 동도서기론에 입각한 개화당이었으며 親淸守舊派(친청수구파)라는 기존의 해석은 지나친 평가라고 주장했다. 서양의 법과 제도를 수용해 근대화를 이룩하자는 문명개화론은 金玉均(김옥균)·朴泳孝(박영효)등이 1882년 일본을 방문해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등을 만나면서 수용됐다. 이들은 부국강병을 위해 東道(동도)의 폐기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기독교의 수용까지 고려했다는 것이 朱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나 동도서기론과 문명개화론은 청에 대한 대처방안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끝내 피를 부른 갑신정변으로 끝났다. 朱교수는 특히 근대민족국가 수립에 이정표가 된 운동이라는 갑신정변에 대한 기존의 긍정적인 평가를 배제하고, 이를 권력 내부의 갈등이 표출돼 근대화 역량에 치명적 손실을 가져온 사건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이날 발표회에서는 한국역사연구회 갑신정강연구반(조재곤 김보경 박은숙 연갑수 왕현종 주진오씨)이 ‘1884년 정변의 政令(정령)분석’이라는 공동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논문을 통해 해방후 갑신정변 연구자들이 써오던 ‘政綱(정강)’이라는 용어를 정변때 공포된 것이라 하여 ‘정령’으로 바로잡았다.
이들은 김옥균의 ‘甲申日錄(갑신일록)’에 전하는 14개조의 정령을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별 개혁구상으로 나눠 치밀하게 분석하고, 규장각 폐지나 보부상 중심의 상인조합인 惠商公局(혜상공국)혁파, 문벌의 폐지 등 갑신정변의 정령에 담긴 한계를 지적했다. 무엇보다 ‘친청’ ‘사대’ ‘수구’등을 거론하며 이들만을 유일한 근대지향세력으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정치외교사학회도 18일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갑신정변과 열강의 외교정책’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崔永昌기자>

이미지 크게보기1884년 12월4일 '우정국사건'을 일으키기 직전에 사진을 찍은 갑신정변의 주역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