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끝까지 모셔오겠다”…신원 확인 후 집에 돌아가는 전사자들 유해.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제공.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수장인 미국 정부효율부(DOGE)가 추진하는 "비용절감"의 여파로 실종된 한국전 참전 미군 장병들의 유해 신원확인 작업이 중단됐다.

9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육군 의뢰로 장기실종 미군 장병들의 가족·친척에 대한 추적 조사를 해오던 민간 조사관들에 대한 보수 지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한국전, 베트남전 등에 참전한 병사일 것일 가능성이 있는 유해의 신원확인 작업까지 중단됐다.

이번 사태는 DOGE가 낭비를 막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면서 상당수 기관에서 정부구매카드의 구매 한도를 1달러(약 1460원)로 낮추는 등 사실상 정지시켜 버린 탓에 발생했다. DOGE가 지난 5일까지 정지시킨 정부구매카드는 16개 기관의 14만6000장에 달하며, 다른 기관들에 대해서도 카드 정지 조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정부구매카드 장수는 아직도 정부 공무원 수의 2배 가까이 된다"며 "의심스러운 지출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구매카드는 지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쓰이며 출장비, 물품구매비 등 목적에 따라 구분돼 사용된다. 그러나 DOGE가 정부구매카드를 사용 중단시키며 수많은 기관에서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실험 재료 구매 등에 써오던 정부구매카드가 정지되면서 헬멧 등 보호장비, 의료보급품, 방화복 등에 대한 연구개발 업무가 중단됐다. 식품의약품청(FDA)에서는 실험에 필요한 개인 보호장비와 표면 살균에 쓰이는 에탄을 등 기본적인 실험실 소모품의 주문이 불가능해졌다.

지난달에는 국립공원관리청(NPS) 등에서는 직원들의 출장비 카드와 물품구매 카드의 한도가 일괄적으로 1달러(1천460원)로 축소되면서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한 재무부 공무원은 WP에 "카드 한도 1달러로 뭘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껌 한 통이나 복권 한 장도 최소한 2달러"라고 말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