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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양 러 디렉터, 홍보차 방한

亞 최대 아트페어… 3월 개최
42개국 갤러리 240여곳 참여

글·사진=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인공지능(AI)은 현대미술에 긍정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엔젤 시양 러(사진)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는 지난 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다양한 문화 영역에 침투하고 있는 AI 기술에 대해 이렇게 견해를 밝혔다. 시양 러 디렉터는 오는 3월 28∼30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아트바젤 홍콩’을 홍보하기 위해 방한했다. 아트바젤 홍콩은 해마다 아시아 전역에서 8만 명에 달하는 미술품 수집가들을 불러들이는 아시아 최대 아트 페어로, 올해도 42개국 240여 갤러리가 참여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110여 개)의 2배 넘는 숫자다.

시양 러 디렉터는 “올해 아트바젤이 주목하는 것 중 하나도 AI”라면서 “작품의 진위성, 진정성, 저작성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늘고, 경험도 풍부해지면서 창작자와 감상자 사이 간격도 보다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아트바젤은 이번 페어 때 홍콩의 M+(엠플러스) 미술관과 함께 AI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싱가포르 영화감독이자 설치 미술가인 호츄니엔의 애니메이션 ‘나이트 샤레이드(Night Charades)’(2025)로, 시양 러 디렉터는 이 영상을 ‘반드시 봐야 할 작품’으로 가장 먼저 꼽았다. 유명한 홍콩 영화의 장면들을 AI가 재구성하고, 이를 다시 알고리즘이 반복적으로 재편집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시양 러 디렉터는 2012년 아트바젤 홍콩에 합류해 2022년부터 총괄 책임자가 됐는데, 아트바젤 홍콩이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공식 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와 투자 시장 침체로 미술 시장이 위축된 데다가,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와 글로벌 아트 페어 프리즈가 서울에서 성과를 내면서, ‘아시아 미술 시장 리더’로서의 지위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양 러 디렉터는 “다른 행사나 도시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 “아무래도 이제 한국이 아트바젤 홍콩에 매우 중요한 국가가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의 에너지와 열기는 아시아 지역의 미술 시장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홍콩과 서울이 다르고, 도쿄와 싱가포르도 다릅니다. 아시아 각각의 도시가 다른 감각과 기운을 지니고 있고,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는 시대입니다. 결국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어요.”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AI뿐만 아니라 여성, 다양성, 개방성 등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운다. 이를 위해 일반 시민들과의 접점이 만들어지는 컨벤션 외부 행사와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를 늘렸다. 또, 젊은 작가와 큐레이터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며, 영화·음악·건축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한다. 아트 페어는 예술 작품을 사고파는 거래가 기본이지만, 시양 러 디렉터는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면서 “아트바젤 홍콩이 거대한 문화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때 홍콩은 예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많은 사람이 만나는 ‘미팅 포인트’로서 여전히 이점과 장점을 가진 도시로 남을 겁니다.”

한편, 올해 아트바젤 홍콩의 메인 섹션 ‘갤러리즈’(Galleries)에 부스를 내는 한국 기반 갤러리는 아라리오 갤러리, 갤러리 바톤, 학고재,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원앤제이 갤러리, PKM갤러리, 우손갤러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