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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대통령은 ‘하늘(天)이 점지해 준 사람’이라야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하늘은 자연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반해 농업 문명을 기반으로 한 전통사회에서 하늘은, 자연계는 물론 인간세계를 창조하고 움직이는 최고의 존재 또는 힘으로 여겼다. 그러면 왜 그랬을까?

전통사회에서 농업의 풍흉은 국가의 번영을 결정하는 근본 요소다. 흉년이 계속되면 그 책임은 오로지 국가의 최고 통치자에게 돌아간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가 오게 해달라고 지내던 기우제(祈雨祭)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연 강수량 1000∼1300㎜의 우리나라 같은 기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구대륙 최초의 문명인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문명,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문명, 인더스강 유역의 인더스문명은 연 강수량 200㎜도 안 되는 사막 기후이고, 황허(黃河)강 유역의 황허문명은 400∼500㎜의 소우지역이다. 강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는 관개(灌漑)농업이 주를 이루는 이들 지역에서 농업의 풍흉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아니라 상류에서 흘러온 강물의 양이 결정한다.

농업의 풍흉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농사를 짓든, 강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든 씨 뿌리고 김매고 수확하는 시기를 얼마나 정확히 맞추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그 시기는 공전궤도에 비해 지축이 23.5도 기울어져 1년 365일을 주기로 하늘에서 나타나는 태양 고도의 반복적인 변화를 통해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하늘은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간세계를 창조하고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으로 숭배되었다.

중국 고대 국가의 최고 통치자를 하늘의 아들이란 의미의 천자(天子)로 부르고, 천자를 하늘의 명에 따라 이 세상을 통치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유일한 존재로 여기며, 이런 천자의 권위를 하늘과 연결시켜 표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