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결심 굳힌 권성동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권성동, 자체특검법 발의… 왜?

민주 특검법에 ‘與 이탈표’ 막고
탄핵인용·조기대선시 표심 고려
향후 ‘특검반대 정당 비판’ 예방
계엄 사전모의 의혹도 수사대상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자체적으로 마련한 계엄 특별검사법을 당내 의원 108명 전원 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올려두는 특검법 발의에 대한 지지층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이탈표 우려에 당력이 분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된 모든 관련자에 대한 수사가 이미 다 종료됐거나 종료될 예정이어서 특검법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철회하지 않는 것에 대비해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고육지책으로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특검법 협상에서 자체 특검법에 대한 원안 고수 뜻을 분명하게 밝힌다는 계획이다.

권 원내대표 명의로 대표발의하는 특검법은 이탈표 방지 목적이 가장 크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계엄 특검법에 도장을 찍은 당내 의원은 108명 중 90여 명 수준이다. 권 원내대표는 계엄 특검법 발의 막판까지 도장을 찍지 않은 특검 반대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되, 소속 의원 전원을 발의자에 포함하지 못하더라도 법안 발의를 미루지 않을 계획이다. 첫 번째 야당의 내란 특검법 재표결 때 단 2표 차이로 가결을 막아낸 직후 “파리 목숨”이라며 주변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 등을 대비한 조기 대선에 준비해야 한다는 당내 의원들의 목소리 등도 고려해 특검법 발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특검 반대 강경파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확실시되는 상황인 만큼 특검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른바 특검 무용론으로 권 원내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원내 관계자는 “대선 국면에서 ‘특검도 반대한 정당’이라는 비판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인 특검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한 포석 성격도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제3자 추천 방식 등을 통해 출범한 특검으로 실체 없는 야권의 마구잡이 의혹을 걷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있다. 민주당이 제기한 비상계엄 사전모의 의혹을 여당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 포함한 이유다.

윤 대통령 구속 수사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차기 대선 후보군을 둔 당내 고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지지층 결집으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탄핵에 반대한 후보들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는 국민의힘이 ‘반(反) 이재명’ 표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보수 선명성’을 내세운 후보로는 불가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외부 인사도 거론되고 있지만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는 만큼 ‘영입 인사’로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윤정선·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