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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 지 채 열흘이 안 되는 이 시점, 많은 사람이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현대의 가장 치열한 전투는 고지전인데 그와 비슷한 이름의 전투를 벌이는 이들도 있다. 새해가 될 때마다 다이어트, 금연, 금주 등에 대한 결심을 굳게 하지만 작심삼일인 경우가 많은데 그 날짜의 3배까지 버텼다면 꽤나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다이어트의 비법 중 하나로 알려진 ‘저탄고지’는 쉽게 정복하기에는 너무 높고 험하다.

식품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소 중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3대 영양소라고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이유는 결국 이 영양소를 얻기 위함인데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저탄고지라니. 말 그대로 탄수화물은 낮추고 지방은 높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영양소인 단백질은 어쩌라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아 아쉽지만 어쨌든 탄수화물은 최대한 줄이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모든 것이 다 ‘살’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먹어야 하지만 탄수화물은 대사 과정에서 우리 몸에 지방으로 축적되니 가능하면 섭취를 줄이고 지방의 섭취를 늘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결국 몸에 축적되는 것은 지방인데, 지방을 많이 먹으면 그것이 바로 몸에 축적될 것 아닌가? 왜 애먼 탄수화물만 시비를 삼는 것인가?

문제는 균형이다. 3대 영양소를 골고루 먹으면 최선인데 밥의 민족인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탄수화물이다. 여기에 빵과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이 더해지는데 이 음식은 포만감은 적고 영양소는 부족해 무한정 먹게 된다. 결국 쓰고 남는 것은 몸에 지방으로 축적한다. 이에 비해 지방은 금세 물리니 적당히 먹게 되는데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면 더 먹게 되기도 한다. 이래저래 살을 찌우는 주범이니 미움을 받을 수밖에. 모두들 힘내시라. 이제 시작인데 고지가 아직 높으니.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