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경호처 통제·지휘하의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소속으로 보이는 병력들이 대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관저 경호’ 수방사 55경비단 소속 병사들,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투입
공무집행방해 처벌 우려도 나와…국방부 “경호처 통제받는 부대”라며 손 놓아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한 병사들이 내란 혐의가 적용된 ‘12·3 비상계엄’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저지에도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은 3일 오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한남동 관저를 찾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의 관저 진입을 저지했다.

55경비단은 대통령 관저 외곽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부대로, 55경비단 소속 일반 병사 다수가 공수처 진입 저지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수처는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하거나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지휘관 명령에 따라 움직인 병사들이 자칫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형사처벌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 수사관들은 55경비단과 한동안 대치하다가 결국 저지선을 뚫었고, 이후 관저 내부 경호를 맡는 대통령경호처와 대치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출입로에서 경호처 관계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입구를 차단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국방부는 군 병력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데 동원된 것에 대해 대통령경호처 소관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55경비단이 편제상 수방사 직할부대이긴 하지만,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경호처에 배속돼 지휘·통제 권한이 경호처에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는) 경호처가 작전 통제를 하고, 인사·군수 등의 분야만 수방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55경비단은 2010년도에 대령급이 지휘하는 단급부대로 승격됐다. 삼청동 시절에는 청와대 외곽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돼 경비단도 삼청동에서 한남동으로 이전했다. 한남동으로 가면서 1경비단의 1개 중대를 충원받아 대통령관저(옛 외교부장관 관저)를 경비하고 있다.

55경비단은 1974년 육영수여사 피격사건 이후 창설됐으며 이 무렵 군부대인 33헌병대 66특전대 88지원대 등도 창설돼 경호실에서 지휘했다. 이전에는 군부대가 아닌 경찰(101경비단)이 경비를 맡았는데 실탄 6발이 들어 있는 탄창을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해 보도된 적도 있었지만, 용산은 군사시설이 있기에 이전부터 군에서 대공경계와 경비를 섰고 이에 따라 55경비단이 들어가기로 이전부터 계획이 돼 있었다. 수방사 소속이지만 대통령 경호처에 예속돼 있으며 실탄을 소지하고 무장경계를 한다.

용산의 국방부 경계병력은 각군의 군사경찰이 담담했지만 대통령실이 이전해오면서 수요가 늘어나 경호처 22경찰경호대 101경비단 55경비단이 투입되고 전원 흑복 착용으로 바뀌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관저 앞에서 경찰과 공수처 수사관 등이 정문 진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55경비단은 경기지역의 신병교육대에서 4년제 대학 재학 중인 훈련병을 대상으로 선발하며 무술유단자면 차출될 확률이 높다. 엄격한 신원조회와 면접을 거치는데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라 부대 관련사항은 기밀로 돼 있다.

신교대 수료 후 수방사를 거쳐 경비단으로 배치되는데 배치 전까지 부대정보는 비밀이다. 대통령실에서 반경 3.7km P-73비행금지구역의 방어는 수방사의 1방공여단이 하고 대통령실 인근의 경호작전구역 방어는 55경비단 방공대가 맡고 있는데 방공대에는 이스라엘제(11억원)인 소형무인기 탐지 레이더와 방해전파를 쏘는 재밍 장비를 운용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저 외곽경비를 지원하는 군 병력(55경비단)은 경호처가 통제한다”며 “정확한 상황은 국방부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에 투입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불법적 상황에 투입됐는지는 근거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며 “오늘 현장에서 벌어진 상황은 국방부가 명확히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군 병력과 공수처 간 충돌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부터 예고됐다. 국방부는 경호처와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에도 의무복무 중인 일반 병사 다수가 계엄군으로 투입된 바 있다.

수방사는 국회 봉쇄를 위해 계엄군을 투입하면서 군사경찰단 42명, 1경비단 19명 등 총 61명의 병사를 투입했다. 특전사도 국회와 선관위 등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운전병 등 지원 병력으로 사병들을 동원했다.

다만 비상계엄 당시 지휘관 명령에 따라 동원된 병사나 군 초급 간부들이 내란죄 등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