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올해로 e커머스는 30세의 어른이 됐다. 미국에서 1994년 아마존이 창업했고, 국내에서는 인터파크가 1995년 문을 열었다. 지난 30년간 e커머스는 유통시장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며 수많은 기업의 탄생과 몰락을 초래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에서 앞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아 배송이 편리하다는 장점에 힘입어 온라인 판매가 전체 소매시장의 30% 규모로 성장했다.

진입장벽은 낮지만,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것이 e커머스다. 상대적으로 가격 비교가 쉬운 온라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위해서는 유통 마진이나 판매수수료를 최소화해야 한다. 반면, 신속하게 제품을 배달하기 위해 배송 인프라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익은 아주 적은데, 엄청난 투자를 요구한다. 미국 온라인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아마존도 수익 대부분을 유통이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하며, 유통만 분리해 따져보면 적자가 나거나 아주 미미한 수익만 낸다.

국내 오픈 마켓 사업자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알려지면서 롯데백화점, 하나투어 등 판매업자들이 이탈한 데 이어 전자결제 대행사들이 발을 빼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피해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 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금융 당국도 대표자와 주주 측에 자금조달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e커머스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 왔다. 티몬과 위메프의 유동성 위기는 예견된 사태에 가깝다.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 국내 시장에서 신생 벤처기업이 성공하긴 쉽지 않다. 지난 6년간 누적적자는 티몬이 5000억 원을 넘으며, 위메프도 3000억 원이 넘어 이미 자본이 잠식된 상태다.

국내에서 G마켓을 만들고 나스닥에 상장시킨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그리고 인터파크를 인수했다. 그동안 큐텐은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이들 기업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워 왔다. 이번 티몬과 위메프 사태는 ‘계획된 적자로 규모만 키우는’ 구태의연한 기존의 성장 모델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커머스 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기존 시장보다 2∼3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온라인 마켓이 최근에는 오프라인 소매시장의 성장세에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덩치만 키우던 초기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에 바탕을 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요구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e커머스 기업은 몸집을 키우는 전략에서 벗어나 흑자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배송 속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며, 시장을 세밀하게 분석해 수익화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만 치중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오픈 마켓은 실패하면 기업만 망하는 게 아니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다수의 소비자와 판매자가 함께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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