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상속세법 개정안 준비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정부가 내놓은 2024년도 세법 개정안에 대해 ‘부자·대기업’ 감세로 규정하며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안이 통과되면 감세 조치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줄어드는 세금이 4조30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4조 원이 상속세 감세로 인한 것”이라며 “그야말로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25일) 세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에서 “국민의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의 대물림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당 전체의 입장으로 간주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정부안에 대해 “아무 노력 없이 상속받은 재산에 내는 세금이 노동으로 인한 소득세의 최고세율(4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녀 공제액을 5억 원으로 늘리는 것은 상속세 부담 가중에 대한 중산층의 불만을 악용하는 조치”라며 “차라리 5억 원인 일괄공제 한도를 높이는 방향이 더 적절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10억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 제도 폐지와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역시 수용 불가능하다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재산 대물림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세금까지 깎아주는 ‘이중 혜택’”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민주당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서 빠진 종합부동산세 개편에는 다소 유연한 입장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1주택자로 장기 거주하는 경우에 혜택을 주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종부세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정부·여당과 개편 논의에 나설 뜻을 시사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진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관련해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은 일부 손질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지난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논의한 민주당은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식의 정부·여당 안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했다. ‘선 구제, 후 구상’ 방식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