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야당 횡포… ‘0명 방통위’

이상인 사임에 통신업무도 스톱

대통령실 “계류 중점법안 94건
국회, 국민 절박함 귀기울여야”
방송 4법 강행땐 거부권도 시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상인 부위원장이 26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하면서 방통위가 ‘상임위원 0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방송뿐 아니라 통신 업무까지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오는 30일까지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순차적 표결에 나설 예정이어서 국회 운영 및 국정 파행이 우려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방통위법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이틀에 걸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하루빨리 국회가 정쟁하기보다는 국민의 절박함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 현재 계류된 중점 법안이 94건 정도인데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어 모든 피해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방송 4법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법안이고, 문제 있는 내용이 추가돼 재발의 된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논란이 있다”며 “국회서 논의되는 상황과 이런 우려를 고려해 향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방통위 기능 정상화를 위해 조만간 후임 상임위원을 인선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를 여권 우위로 재편한 뒤 MBC 사장 교체 등 공영방송 정상화를 원칙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검사, 판사 그리고 장관에 이어 방통위원장까지 탄핵을 추진하더니 이제는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탄핵중독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방통위법 개정안과 관련해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를 식물 상태로 만든다”면서 이틀째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최형두 의원이 전날 오후 5시 29분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6시간 37분간 방통위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최 의원은 “방통위원 5명 중 야당 추천 몫이 2명인데 정부가 여러 차례 추천을 요청했지만 야당은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법을 밀어붙이지 않아도 야당이 추천을 하고 국회에서 3명을 추천하면 해소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박대출 의원은 2시간 55분 동안 “반대를 위한 반대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묻지마 반대’에 날개를 달아주는 몽니 자유법이고 진영 대결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방통위 식물화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잘라내고 최민희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추천했지만 7개월을 끌었다. 정부가 임명하기 싫어서 버틴 것 아니었느냐”고 반박했다.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5시 32분 이후 종결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염유섭·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