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키면서 글로벌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경고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덕분에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디지털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위해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원천 기술 확보와 운용 역량 고도화를 위한 충분한 시장 경험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사용자의 선택을 제한하기도 어렵고, 중국과 같이 내수 시장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민간 투자가 이뤄지기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KT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국내 기업이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로의 전환을 계획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시행해온 공공 영역에서의 망(網) 분리 규제 덕분에 국내 피해 사례가 적었다는 분석과 함께 망 분리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물리적 망 분리를 요구하는 ‘클라우드 보안 보증 프로그램’으로 인해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의 국내 공공 시장 진입이 사실상 차단돼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공공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지, 망 분리 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재난이나 해킹 등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장애가 아니라,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도 일어날 수 있는 장애였다.

또한,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이 6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것도 피해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초 사업자로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아마존의 기술력과 쉬운 운용 인력 수급 때문에 대다수 국내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아마존을 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 시장도 글로벌 시장처럼 인공지능(AI)에 강점을 가진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구현하려는 더 많은 기업이 MS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던 것에 안도해서는 곤란하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리면서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일부 전문가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멀티클라우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멀티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용하는 데 소요되는 높은 비용과 보안 문제는 기업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디에도 완벽한 해법은 없다. 감당할 수 있는 비용 대비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자의 상황을 고려한 해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경각심을 늦춰서도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위축돼 관련 규제를 강화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로의 전환을 늦춰서는 곤란하다. AI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데이터 활용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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