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서울동부지검 서울동부지검 전경. 뉴시스

회사 소유 이더리움 횡령 혐의…시가 6억→76억 뛰어

가상자산 수색·압류 첫 사례…檢, 전체 몰수선고 요청



검찰이 프로그래머가 빼돌린 뒤 발뺌 했던 이더리움 1800개를 자력으로 찾아내 압류했다. 검찰이 피고인의 개인 지갑을 복구한 뒤, 그 안에 보관된 가상자산을 압류한 첫 사례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는 사기 피고인의 삭제된 전자지갑을 복구해 시가 76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 이더리움을 압류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그래머 A(50)씨는 2019년 1∼2월 "자신이 개발한 코인이 곧 상장되고 이를 사용한 게임도 상용화된다"고 속여 피해자 156명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146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등)로 2022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A 씨는 같은해 6월 자신이 근무하던 게임플랫폼 회사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 구입한 이더리움 1796개(당시 시가 6억 원)를 개인 전자지갑에 전송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 1월 서울고법은 A 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하고 약 53억9000만 원에 대한 추징도 명령했다. 하지만 A 씨가 "이더리움을 보관한 전자지갑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됐고 이를 복구할 니모닉코드(비밀번호)도 잃어버렸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환수 작업이 난항을 겪었다.

검찰이 A 씨에게서 압수한 물품들을 모두 재검토해 니모닉코드를 알아내면서 상황이 반전을 맞았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A 씨가 전자지갑의 비밀복구구문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갑 하나에 복수 계정을 둘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복구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자지갑에 연결된 소프트웨어를 바꾸고 수동으로 복구를 거듭한 끝에, 지갑 내부의 여덟 번째 계정에 숨겨진 이더리움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A 씨의 회사에서 범죄 수익금을 돌려받을 권리(환부청구권)를 넘겨받은 사기 피해자들에게 이더리움을 돌려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압류한 이더리움이 76억 원 상당인 점을 고려하면 추징금 59억9000만 원을 선고한 2심이 확정될 경우 A 씨가 23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된다"며 대법원에 이더리움 몰수 선고도 요청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