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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독립·예술영화의 장인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10일까지 대장정을 펼친다. 지난 1일 개막한 제25회 전주영화제는 개막작인 ‘새벽의 모든’의 일본 감독 미야케 쇼가 열고, ‘행자’(사진) 연작 10편을 들고 내한하는 대만 출신 거장 차이밍량 감독이 방점을 찍는다.

차이밍량 감독은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단연 주목받는다. 2012년 ‘무색’에서 2024년 ‘무소주’까지 ‘행자’ 연작을 모두 상영하는 건 이번 전주영화제가 최초다. 영화는 차이밍량의 페르소나인 배우 이강생이 ‘서유기’의 삼장법사를 모티브로 승복을 입고 대만 타이베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미국 워싱턴DC 등 세계 여러 도시를 느리게 걷는 모습을 담았다.

‘행자’ 연작은 “그림이나 조각을 보듯 영화를 볼 수는 없을까. 나는 스케치를 하듯 영화를 그리고 있다”고 말한 차이밍량의 예술관이 집약돼 있다. 그는 ‘떠돌이개’(2013) 이후 스토리텔링을 배제하고 움직임만을 담은 ‘행자’ 연작에 천착해왔다.

차이밍량 감독은 영화제 기간에 마스터클래스와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4일엔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인 ‘영화의 거리에서 행자되기’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시민들과 만난다.

영화제의 막을 연 미야케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등과 함께 일본 뉴웨이브의 대표주자다. ‘새벽의 모든’은 월경 전 증후군(PMS)을 겪고 있는 여자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와 공황장애를 겪는 남자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의 교류를 그렸다. 그는 지난 1일 간담회에서 “남과 다름이 각자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내 영화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42개국 232편(장편 162편)이 상영되는 가운데, 세월호 10주기 특별전도 열린다. 포르투갈 거장 마누엘데 올리베이라의 ‘아브라함 계곡’도 영화광이라면 놓칠 수 없다. 폐막작은 캐나다 감독 카직 라드완스키의 ‘맷과 마라’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