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해상유 판매업자와 선주를 협박해 갈취한 조직원 일당이 선박에 침입하는 모습. 부산 동부경찰서 제공

관세청에 신고한 해상 면세유 급유 뒤 남은 뒷기름 불법 거래 횡횡 악용
신고 만으로 영업 지장 초래하는 점 알고 범행 하기로 계획
갈취한 돈 일부는 마약 구매 투약에 쓰이기도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항에서 해상유 판매업자를 상대로 140여 차례 갈취한 돈으로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폭력 조직 2곳의 두목과 조직원이 대거 붙잡혔다. 이들은 업자들에게 "팔고 남은 해상 면세유인 ‘뒷기름’ 불법 거래를 해경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실제 부정 거래는 없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공동공갈 등 혐의로 A(50대) 씨, B(50대) 씨와 이들이 각각 운영 중인 폭력 조직의 조직원 19명을 검거하고, 이 중 12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부산항 4·5부두 해상유 판매업자를 상대로 ‘뒷기름’ 유통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고 이 돈으로 마약류를 구매해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뒷기름은 해상유 판매업자가 관세청에 판매·신고한 해상 면세유를 선박에 급유하고 남은 기름이다. 해상유 판매업자들이 이 기름을 불법으로 선박에 싸게 팔아 해경이 단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B 씨 조직원들은 각각 2020년 1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해상유 공급 선박에 올라가 호스를 발로 밟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뒷기름을 몰래 파는 것을 해경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들은 해상유 판매업자와 선주를 상대로 145차례 3억 원가량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해상유 판매 업자와 선주 간에 선박 연료를 몰래 거래한다는 신고를 해경에 하면 장시간 조사로 출항이 불가능해 경제적 손실이 생기는 점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후 A 씨는 교도소 등지에서 알게 된 이들을 상대로 조직원 11명을 모집한 뒤 범행 전반을 지시했다. 같은 기간 B 씨도 조직원 9명과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A 씨 조직과 이권 다툼을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 조직원 중 일부는 갈취한 돈으로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조직 내 마약을 거래하고 유통한 조직원 6명을 붙잡아 이 중 2명을 구속했다. 또 A 씨 일당이 경찰 추적을 피해 강원 경북 경남 각처로 잠적하는 동안 자금과 대포폰을 제공한 조직원 1명도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실제 뒷기름이 거래된 정황이 포착된 것은 없었다"며 "보복을 우려한 피해자들의 진술을 거부해 수사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