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61억달러로 공장 증설
생산능력·제품기술력 향상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주도해온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만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능력 극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 양산을 개시한 데 이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에 공급을 예고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25일(현지시간) 반도체법(칩스법)에 의해 마이크론에 61억 달러(약 8조4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해당 보조금은 마이크론의 뉴욕·아이다호 반도체 공장 건설에 사용된다. 마이크론은 뉴욕주 북부 시러큐스에 최첨단 메모리 공장 두 곳을 건설하고, 아이다호주에 있는 기존 연구·개발(R&D)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를 두고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해 생산 능력이 크게 뒤처졌던 마이크론이 보조금을 등에 업고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 상무부는 “총 240만 평방피트의 클린룸(반도체 생산용 청정 공간)이 확보될 예정”이라며 “축구장 40개 크기와 맞먹는 규모”라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기술 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 2022년 한국 기업들에 앞서 23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날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HBM의 최첨단 제품인 ‘12단 HBM3E’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에 앞서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3E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앞다퉈 개발·양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수율과 품질, 속도전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