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이 회담’ 2차 실무협의

대통령실 “역대 회담사례 보면
사전에 의제 확정한 적 없었다”

민주 ‘先수용 後회동’ 강한 압박
일부의제 조율 급진전 가능성도

‘윤·이 회동’을 위한 2차 실무협의가 25일 오후 열리는 가운데, 의제 설정을 두고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간 입장 차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소 의제 설정’을 원하는 반면, 민주당은 ‘3대 의제+알파’ ‘선(先)수용 후(後)회동’을 주장하고 있어 쉽사리 회담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양측이 만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상황이 급진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대 영수회담 사례를 보면, 의제를 미리 딱 정하거나 수용·불수용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적은 없었다”며 “두 분이 제한사항 없이 얘기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화일보 통화에서 “회동 성사를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측이 협상을 통해 제대로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의제를 놓고 대통령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 지원금(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각종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특별검사)법’ 수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3대 요구안에 더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 3법’과 지난 18일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처리를 의제로 요구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영수회담에서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에 대한 대통령의 분명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좌절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재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민생회복 지원금 논의 외에 다른 의제를 준비회동 단계에서 확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의제로 미리 특검법을 정해놓는 것도 부자연스러울뿐더러, 역대 영수회담에서도 그 같은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이 회동이 조만간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계속 나온다. 준비 단계에서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회동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시간과 일정, 형식 등 가능한 사안은 이재명 대표 측에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린 열어놓고 있고 양보할 생각이 있다”며 “오찬, 만찬, 오전, 오후 등 어느 때나 상관이 없고 민주당이 원하는 쪽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내용이 준비되면, 다음 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윤 대통령 사과와 같은 조건을 내건다면 회담 자체가 무산되지 않겠느냐”며 “다만 윤 대통령은 야당의 목소리를 폭넓게 들으면서 의제에 가능한 한 제한을 두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에서 계속 윤 대통령의 ‘사과’를 주장할 경우 회동 자체가 난기류에 휩싸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다.

손기은·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