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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김성훈(26)·윤선영(여·33) 부부

“제대하면 남자가 돼서 다시 나타날게요.” 저(선영)의 남편이 처음 고백했을 때 한 말입니다. 저를 찜하고 군대에 들어간 거죠. 저희는 10여 년 전 남편이 중학생일 때 교회에서 교사와 제자로 처음 만났습니다. 남편이 고등학생이 됐을 때도 교사와 제자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죠. 더욱이 남편은 당시 저를 ‘무서운 선생님’으로 생각했어요. 저도 남편을 장난기 많은 학생 중 한 명으로만 생각했죠.

그러다 남편이 입대를 앞둔 성인이 됐을 때 불쑥 저의 집 앞으로 찾아왔어요. 첫눈이 내렸다면서요. 그리고 제가 좋다면서, 군대에 다녀와서 남자가 돼 나타나겠다고 고백했어요. 또 저를 찜해놓겠다며 기습 뽀뽀까지…. 그땐 남편 행동이 마냥 가볍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남편은 입대 후에도 휴가를 나올 때마다 꾸준히 제게 연락하고, 또 찾아왔어요. 하루는 직접 쓴 편지 30통과 분홍색 다육식물 화분을 선물해주기도 했어요. 꽃보다 나무를 좋아한다는 제 말을 기억하고 선물한 거죠. 그때까지도 저라는 존재를 이유 없이 좋아하는 남편이 신기하게만 느껴졌어요.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이 전화로 제게 오늘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어요. 마침 힘들었던 날이었는데 남편의 그 질문이 위로가 됐어요. 저도 모르게 통화하다 울었어요. 그때부터 남편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남편 연락을 기다리게 됐고,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유럽 여행에서 남편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했어요. 타국에서도 남편을 생각하는 저를 발견했고, 한번 시작해보기로 했죠. 남편이 입대 전 제게 뽀뽀하며 저를 찜한 날을 기념일로 정하고, 3년 반 연애 끝에 지난 2022년 5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일곱 살 연상연하 부부로 결혼 전 나눴던 대화가 하나 있어요. 바로 저희 부모님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믿음의 가정을 이뤄가자’고 한 약속인데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며 살아갈게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