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성동구 응봉산 정상에 자리한 팔각정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성동구청 제공

■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서울 성동구 야경스폿

81m 야트막한 산 정상 팔각정
마천루 가득 한강 이남 한눈에

541년 전 조성된 조선시대 다리
왕 행차·군대 사열할때 이용돼

서울 성동구에는 높이는 야트막하지만 야경명소로는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응봉산과 실제 조선시대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살곶이다리가 있다. 이즈음 이곳에 가면, 흐드러진 자태를 뽐내는 개나리에 취할 수도 있고, 역사드라마 주인공 같은 설렘도 느낄 수 있다.

29일 성동구는 연인, 가족, 또는 혼자 찾아도 좋을 명소를 소개했다. 먼저 구를 가로지르는 중랑천 변에는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응봉동에는 서울의 숨겨진 야경 명소로 꼽히는 응봉산이 있다. 높이 81m의 야트막한 산 정상에는 팔각정이 자리하고 있다. 팔각정에 올라가면 마천루가 가득한 한강 이남 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 좌우로 펼쳐진 한강 위로는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가 각자 자신만의 색을 뽐내고 있다. 최근 경관조명이 설치된 중랑천 위 응봉교도 눈에 띈다. 예로부터 주변의 풍광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했다는 응봉산은 개나리 군락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맘때쯤 활짝 핀다.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보이는 개나리는 서울의 야경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응봉산에서 내려와 중랑천 변을 따라가다 보면 살곶이다리가 나온다. 조선시대 전기에 만든 다리 중 가장 긴 돌다리로 그 길이만 78m다. 4대문이 있던 한양 중심부와 동남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로 세종 2년(1420년) 공사가 시작했으나 중단된 뒤 성종 14년(1483년)에 완성됐다고 한다. 살곶이는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성수동 지역에 형성된 평야를 부르던 이름인데 뚝섬이라고도 한다. 왕이 군사훈련 참관 등을 위해 살곶이로 행차할 때 이 다리를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살곶이는 군대를 사열하는 장소로 쓰였으며 매 사냥터, 말 목장 등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541년 전 만들어진 조선시대 다리 위에서 현재의 야경을 즐기며 과거의 그 시대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 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이곳은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다리 양옆에는 난간조차 설치돼 있지 않으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울퉁불퉁한 돌로 만들어진 바닥 위를 걷다 보면 조선시대를 걷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