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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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春分), 음양(陰陽)이 서로 조화돼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가 지나갔다. 아파트 단지에도, 하천가에도 봄꽃이 만발하니 완연한 봄이 찾아오는 걸 느낄 수 있다.

봄이 되면 지역마다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축제와 행사들이 개최되고 서울역 등 주요 철도역과 버스 터미널은 여행가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게 될 것이다. 따뜻해진 날씨 속에서 매년 봄이 다가오면 여행 갈 표를 끊고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갔던 추억을 떠올려본다.

지금은 여행을 가기 위해 먼저 지도 앱에서 위치와 경로를 검색하고, 기차나 버스 앱을 이용해서 승차권을 예매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예약이 전보다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지도 검색은 민간 앱, KTX 예매는 코레일톡 등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이 익숙한 민간 앱을 통해 번거로움 없이 공공 서비스까지 한 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로 ‘디지털서비스 개방’이라는 발판 덕분이다. 디지털서비스 개방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에서 민·관이 협업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로 전환하는 초석이 됐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공공서비스 개방은 2023년 첫 결실을 거뒀다. KTX·SRT 승차권 예매를 시작으로 자동차 검사 예약, 국립 자연휴양림 예약 등 공공서비스 6종을 국민에게 친숙한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 앱에서도 한 번에 신청·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기차 승차권의 경우 민간 앱을 통한 누적 발매매수 1400만 건을 달성하고 매일 1만8000매가 발매 중이며, 특히 국립수목원은 전체 이용객 중 50% 이상이 민간 앱을 통해 입장을 예약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지켜본 주요 민간 포털, 은행, 통신사 등이 추가 참여하면서 국민들의 편리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디지털서비스 개방에 더욱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지난해 국민의 관점에서 개방이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기도 하고 기업·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청년, 교통, 안전, 여행 등 총 10개 테마에서 52개의 개방 후보군도 도출했다.

2024년에는 여권 재발급 신청, 예방접종 내역 조회, 자동차 통합이력 조회 등 21종이 새롭게 개통될 예정이다. 다가오는 4월에는 참여 민간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해 개선사항 등 민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서비스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스템 모니터링과 장애 대응체계도 강화해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지난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정부 평가 1위를 달성하는데 디지털서비스 개방이 좋은 사례로 평가받았다. 행정안전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의 선도 부처로서 민간과 함께 공공서비스 및 데이터의 개방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한다.

누구나 쉽게, 한 곳에서,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서비스를 민간에 제공해 편리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