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Global Window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다시 맞붙게 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경쟁이 유세장 밖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각종 굿즈 판매부터 패션, 광고 캠페인 경쟁까지 이어가며 표심 공략의 루트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자금 확보와 이미지 개선, 지지자 결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 양측의 장외전은 본선 돌입과 함께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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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굿즈, 뒤늦게 스퍼트

조롱 뜻하는 ‘브랜든’ 역이용
유약함 벗고 영웅캐릭터 묘사
티셔츠·머그컵 등 판매 급성장

◇ 굿즈, ‘대박 행진’ 트럼프 vs ‘막판 스퍼트’ 바이든 = 전·현직 대통령 간 장외 대결은 굿즈 판매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굿즈는 출시되는 족족 ‘대박’을 터뜨렸다. 가장 대표적인 굿즈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다. 마가 모자에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쓰여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현장에 이 모자를 쓰고 등장하면서 날개 돋친 듯 판매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의 회고록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마가 모자를 판매해 매일 8만 달러(약 1억680만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과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8월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서 찍은 머그샷(범죄인 식별용 사진)을 넣은 상품은 그의 또 다른 대표 굿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메라를 쏘아보는 표정이 담긴 이 머그샷은 셔츠와 머그잔, 차량 스티커 제품으로 재생산됐다. 이 제품들은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렸고, 이틀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710만 달러에 이르는 후원금을 안겼다. 굿즈 열풍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출시한 ‘황금 하이탑’ 스니커즈로 이어졌다. 1000켤레 한정으로 출시된 이 운동화는 399달러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출시 2시간 만에 완판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머그샷이 있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겐 ‘다크 브랜든’이 있다.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유명해진 다크 브랜든 이미지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롱에서 출발했다. 2021년 미국 남부에서 열린 한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한 기자가 우승자 브랜든 브라운을 인터뷰할 때 관중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친 것이다. 당시 기자는 관중들이 ‘레츠 고 브랜든’을 연호한다고 얼버무렸고, 이후 이 문장은 바이든에 대한 욕설을 뜻하는 은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자신에 대한 조롱인 ‘브랜든’에 음흉한 의미의 ‘다크’를 붙여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검은 피부와 얼굴에서 붉은색 레이저를 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미지로 구현됐다. 악당 느낌의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연상하는 이미지는 유약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미지를 보완하고 밈 문화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를 공략하는 캠페인 전략으로 사용됐다. 이후 다크 브랜든 이미지가 새겨진 티셔츠, 머그컵 등으로 불티나게 팔리면서 바이든 캠프에서 판매하는 굿즈 매출의 54%는 다크 브랜든 관련 상품에서 나온다고 액시오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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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굿즈, 출시 족족 대박

‘미국 다시 위대하게’ 빨간모자
2016대선때 매일 1억원 매출
머그샷 제품 이틀만에 93억 원

◇패션, 바이든의 야구 모자 vs 트럼프의 빨간 넥타이 =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외 경쟁은 굿즈를 넘어 패션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 나란히 남부 국경을 찾아 상반된 패션 스타일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텍사스 국경 방문 때 입은 옷과 모자 등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 만들기’를 위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장 양복과 넥타이 대신 남색 재킷과 줄무늬 셔츠, 회색 바지를 입고 최근 자주 신는 검은색 운동화를 착용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패션은 평소에 입는 정장보다는 상황의 긴박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 전체적으로는 대통령 자신이 의회에 요구하고 있는 타협을 상징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특히 누가 ‘진짜 대통령’인지 보란 듯이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직인이 찍힌 것처럼 보이는 야구 모자를 쓴 것에 주목했다.

반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란색 정장과 흰색 셔츠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국경에 등장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운동 ‘전투복’을 그대로 입고 나온 것이다. 특히 국경을 방문하면서 정장 차림을 고수한 그의 의도에 관심이 쏠렸는데, 이를 두고 최근 자산 부풀리기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로 타격을 받은 사업가 정체성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양측은 광고를 통해서도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3000만 달러를 들인 60초짜리 TV 광고에서 “나는 젊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건 비밀이 아니지만, 나는 미국 국민을 위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이해한다”며 자신을 둘러싼 고령 리스크에 대한 정면 돌파에 나섰다. 광고는 프로듀서가 “한 번 더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나는 아주 젊고 활력 넘치고 잘생겼다. 내가 대체 뭘 위해 이러고 있는 거지?”라고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재차 강조하는 형태로 마무리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곧바로 디지털 광고 영상을 공개해 맞불을 놨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는 젊은이가 아니다”라고 말한 광고를 인용한 뒤 그가 에어포스원 탑승 때나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무대에서 넘어진 영상을 잘라 붙인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광고는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늙은 게 아니라 너무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 6일 TV 방송 광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2029년까지 살아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그의 나이를 직격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