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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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그룹의 잇단 준법경영 논란에도 정작 윤리·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본인부터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한 준신위의 ‘유명무실 논란’에 김 창업자의 경영 쇄신 의지까지 의심을 받게 됐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준신위는 이달 열릴 예정인 월별 정기회의 안건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준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체적인 안건은 다음 주 정해질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이에 준신위가 현안은 외면하고 카카오의 윤리·준법 경영을 위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카카오 주요 그룹사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주요 의제’를 선정하고 개선 방안을 권고하는 활동 등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게임즈 신작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 표절 혐의 피소를 비롯해 ‘스톡옵션 논란’의 당사자인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카카오 CTO 내정 논란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이나 권고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초대 위원장을 맡은 김소영 전 대법관은 “김 창업자가 과거 사안에 대한 조사와 검토를 포함, 위원회의 독점적 권한을 인정하고 전사 차원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며 “오래전부터 ‘준법 경영’뿐 아니라 ‘신뢰 경영’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김 창업자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나부터 준신위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준신위가 설립 취지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선명하게 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