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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2024 신춘문예

잘 짜인 구조물… ‘풍경’ 키워드로 변주곡처럼 차곡차곡 분석

  • 입력 2024-01-0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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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김형중



■ 2024 신춘문예 - 평론 심사평

올해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응모작은 총 12편이었다. 예년보다 적었으나 심사가 쉽지는 않았는데, 그중 미련 없이 손에서 내려놓을 만한 글은 단 한 편 정도였기 때문이다. 문학평론의 대중적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신 절실하게 문학평론을 하고 싶은 이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또 치열하게 읽고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예상했던 대로, 우선 ‘비인간-객체’와의 공생 문제를 다룬 글들이 많았다. 실제로 눈앞에 닥친 기후재난의 징후들, 그리고 문학적으로도 최근 우점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러 ‘신유물론’ 계열 담론의 영향력이 커 보였다. 다른 한 편의 경향은 늘 그랬듯, 세심한 작품론 혹은 작가론에 속하는 글들이었다. 이 계열에 속한 평문들도 훌륭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른 작품 분석력과 문장력을 다들 갖추고 있어서 내심 아까운 글들이 많았다. 그러나 심사자 입장에서는 주로 전자의 계열에 속한 글들에 눈이 오래 머물렀는데, 그 이유가 유행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인 평론가를 뽑을 때 문장력이나 분석력 외에 항상 염두에 두는 사항 중 하나는 이 글쓴이가 현재 한국 문학장의 맥락을 잘 파악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맥락 안에서 글을 쓰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위치 설정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제 이 글쓴이는 문학평론가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고, 문학평론가란 항상 어떤 맥락과 위치 속에서만 발화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점들을 고려해 투고작들을 정독하고 나니 두 편의 글이 마지막까지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인간이 탈인간을 향할 때’와 ‘치유하는 풍경, 분유하는 공동체(이기리론)’, 둘 중 한 편을 고르는 데 전체 심사 시간 중 반쯤이 필요했다. 전자의 장점은 먼저 최종적으로 던지고자 하는, 그리고 답하고자 하는 질문에 직핍한다는 점이었다. 그 질문은 “인간이 착취하고 배제했던 동물을 인간의 방식으로 재현하는 행위는,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자고 말하면서 오히려 강화하는 일이 아닌가?”이다. 그리고, 위 질문을 중심으로 김혜순의 시와 김보영의 장르 소설, 그리고 서이제의 소설을 나란히 탈장르적으로 논의한다.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설득력 있는 논의가 인상적이었고, 가독성도 있었다.

그러나 당선작은 고심 끝에 ‘치유하는 풍경, 분유하는 공동체(이기리론)’로 정했다. 이 글의 가장 큰 미덕은 기본기, 즉 문장력과 작품 분석력이다. 이기리의 시를 ‘풍경’이라는 키워드로 변주곡처럼 차곡차곡 쌓아가며 분석해 나갈 때, 불필요한 어휘나 수사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간결하고도 정확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이 글이 이기리의 시작품들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누적된 분석을 바탕으로 이기리의 시는 어느 순간 “비인간 타자들의 전지구적 반란”과 연결된다. 분석과 주장의 적절한 결합, 평문 자체가 잘 짜인 하나의 구조물 같았다.

당선자에게 축하한다는 말, 그리고 후속작을 어서 읽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김형중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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