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유럽 ‘콤보’규격 우세속
日·中 독자방식 개발·보급 나서
한자연 “국제 협력 강화 필요”

동남아시아 등 주요 신흥국에서 중국과 일본이 보급에 나선 전기차 충전기가 우리나라 전기차 기업의 현지진출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와 미국·유럽 등이 사용하는 전기차 급속충전 표준규격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더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전기차 급속충전 규격 표준화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급속충전 표준규격은 미국·유럽·우리나라의 CCS(이하 콤보), 일본의 차데모(CHAdeMO), 중국의 GB/T, 테슬라의 독자 방식이 병존하고 있다. 적용된 규격이 다르면 호환성 문제로 충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호환 장비 구매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각국은 제조사, 충전소 사업자, 전기차 보급 현황 등을 고려해 자국의 표준규격을 선정하고 이를 중점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가장 먼저 개발된 차데모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지만, 일본의 소극적인 전기차 개발로 미국·유럽·우리나라의 콤보가 역전한 상황이다. 테슬라도 유럽과 미국에서 콤보와의 호환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일본과 중국은 차데모와 GB/T의 단점을 보완한 차오지(ChaoJi)라는 새로운 급속충전 규격을 개발해 2022년 전후로 실증을 시작했다. 일본 차데모 협의회는 인도의 독자 충전규격 개발을 지원해 차데모의 영향력 강화를 시도 중이다. 러시아도 중국 자동차 산업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GB/T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차오지가 표준 판도를 뒤집긴 어렵지만, 신흥국 시장 내 인프라 구축이 우리 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국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흥국은 장기 전략보다는 가격에만 근거해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할 수 있어 GB/T나 차오지 규격이 주류가 되면 우리 기업 전기차 진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