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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걷기…주5일 속보로 6km 걸어 [100세 시대 名士의 건강법]

박현수 기자
박현수 기자
  • 입력 2023-03-02 09:13
  • 수정 2023-03-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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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우이천 걷기 운동을 마치고 도봉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붉은색 안경테가 눈에 띄었다. "뭔가 색달라지고 싶어서"라고 했다. 일반 상식을 깨려는 그의 삶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 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

한국 실험연극 선구자로 불려
작년에도 ‘연극 베스트 3’ 선정

비가 오면 우산 쓰고라도 걷고
영하 15도 강추위에도 안 멈춰
“탈모에도 효과적” 속보 예찬
“포도주·소주 반주로 매일 마셔
꾸밈없는 그대로의 삶이 최고”


글·사진 = 박현수 기자phs2000@munhwa.com

‘한국 실험연극의 선구자’ ‘아동청소년극의 대가’. 원로 연극연출가 김우옥(89)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1980년 미국 뉴욕대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교수와 동랑레퍼터리극단 대표를 거쳐 1994∼2000년 한예종 연극원 초대 원장을 지낸 그는 한국 연극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해 10∼11월 원로 연극인들의 연극 축제인 ‘늘푸른연극제’에서 ‘겹괴기담’을 서울 한남동 더줌아트센터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스토리 대신 구조를 통해 연극의 본질과 기능을 강조하는 ‘구조주의 연극’ 거장이자 스승인 마이클 커비의 작품이다. 이 연극은 실험극이 흔치 않았던 상황에 1982년 동랑레퍼터리극단에서 초연해 국내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가 다시 연출해 무대에 올린 겹괴기담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뽑히는 등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데는 상당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 원장은 4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걷기운동을 꾸준히 하며 체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헬스장을 다니다 코로나19 이후부터는 집 앞 우이천이 그의 운동 공간이 됐다. 실내 헬스장보다 우이천이 훨씬 좋다고 했다. 밤 10시쯤 취침해 오전 5시에 일어나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우이천으로 향한다. 그리고 걷기 시작한다. 그냥 걷는 게 아니다. 1㎞당 평균 9분 16초 정도로 ‘속보(速步)’다. 최고기록은 8분 22초. 조깅 수준의 빠른 걸음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선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걷는 것만큼 뇌에 적절한 자극은 없으며 ‘치매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걷는 것’이라는 게 이시형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수십 년 지난 일들을 설명할 때 수치까지 들어가며 막힘이 없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이 1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우이천 걷기 운동을 마치고 다리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는 1일과 지난달 25일 두 차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자택으로 찾아가 집에서 불과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우이천을 함께 걸으며 진행했다. 출발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비교적 천천히 10분 페이스로 걸었다. 그러다 속도를 조금씩 높여 8분 25초까지 끌어올렸다. 영하의 날씨에도 기자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1만 보가 훌쩍 넘었다.

그는 “주 5일 속보로 1시간여 6㎞를 걷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걷기는 정직한 운동이다. 걷고 나면 에너지와 활력이 생긴다”면서 “영하 15도 추위에도 걷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라도 걷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물새가 노니는 우이천을 거닐다 보면 감동과 행복감에 젖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한파 때는 쉬는 게 건강에 좋지 않은지 물었다. 대답은 단호했다. “일반상식을 깨는 모험적인 삶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실험극의 선구자다운 대답이었다. 수년 전 허리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운동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는데도 걷기를 계속해 지금은 나았다고 했다.

“속보로 걸은 결과, 2년 넘게 앓아오던 축농증으로 인한 두통이 말끔히 나았고, 탈모에도 효과가 있다”며 회춘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건강유지와 면역력 향상에 걷는 것이 최고의 운동이라고 했다. “속보로 걸으면 잡념이 생기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속보 예찬론자다.

술은 지금도 포도주나 소주를 반주로 거의 매일 마신다. 담배는 40대쯤부터 끊었다. 1시간여에 걸친 걷기를 마치고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메뉴는 쇠고기 곰탕으로 그가 정했다. 식사가 나오자 반주로 막걸리를 한 잔 하자고 해 한 병을 나눠마셨다. 평소엔 걷기를 마치고 스트레칭 후 아침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미국 유학생 시절부터 먹어온 시리얼이다. 브랜(bran·겨), 호두, 잣 등을 곁들인 시리얼은 배우로 활동했던 30대에 공연을 앞두고 치질을 앓아 수술치료보다는 올브랜을 먹는 식이요법이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 즐겨 먹는다. 점심은 간편한 샐러드로 해결한다. 상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잘게 썰어 먹는다. 저녁은 육류와 생선류를 번갈아가며 먹는다.

가능한 한 여행을 자주 다닌다. 3년 전엔 아들인 가수 김진표와 함께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작년 말 새 차도 구입했다. “전국을 돌며 명승지를 둘러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진짜 삶’을 사는 게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진짜 삶이란 정직하게, 욕심을 버리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이다.

그는 오는 6월과 8월, 10월에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 처음 연출할 때처럼 설레고 기대가 된다고 했다. 6월엔 한예종 학생들 중심으로, 8월엔 일반 배우들과 함께 ‘혁명의 춤’을 공연하고 10월엔 겹괴기담을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앞으로도 연극을 계속할 것”이라며 “뉴욕에서 공연을 관람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후기 등을 정리해 2025년까지 책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90대 영원한 현역, 그에게 은퇴란 없어 보였다.

■ 원로연출가 김우옥 원장이 걸어온 길

김우옥 원장은 193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연세대 영문학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경기여고에서 영어교사로 있다가 연극 연출을 전공할 마음을 먹고 1964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교대학원 연극연출 석사와 1980년 뉴욕대학에서 연극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귀국해 서울예대에서 교수로 지내면서 동랑레퍼터리극단을 통해 마이클 커비의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1980년 ‘내. 물. 빛’, 1981년 ‘혁명의 춤’, 1982년 ‘겹괴기담’ 등 세 편을 잇달아 연출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김우옥 원장이 연출한 ‘겹괴기담’의 한 장면. ‘구조주의 연극’ 거장이자 스승인 마이클 커비의 작품으로 실험극이 흔치 않았던 상황에 1982년 김 원장이 동랑레퍼터리극단에서 초연해 국내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국내 최초로 청소년연극 전문단체인 동랑청소년극단을 1985년 창단해 청소년연극 ‘방황하는 별들’‘꿈꾸는 별들’ ‘이름없는 별들’ ‘외로운 별들’ ‘불타는 별들’ 등 5개의 별 시리즈로 큰 호응을 얻었다. 1980년과 1985년 서울극평가그룹 작품상, 1983년 연극 ‘자전거’로 제7회 대한민국연극제 연출상, 1984년 제20회 한국연극 영화TV 예술상 연극연출상, 1991년 사랑의 연극잔치 최우수 작품상, 1998년 대통령 표창, 2005년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명예회장상 등을 수상했다.

1986년 연극협회 부이사장, 한국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 1991년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세계본부이사, 1992년 서울어린이연극상 및 연극원 운영위원장, 199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2012년 그의 나이 78세 때 뉴욕에서 1년 살기’를 결심하고 떠났다. 남들 같으면 하던 일도 마무리하고 익숙함과 편안함을 즐길 나이다. 그러나 그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나이는 잊기로 했다. 대신 세계 문화의 중심지 뉴욕이 가져다줄 설렘과 호기심만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80세 생일을 먼 이국에서 맞이하고 2017년까지 머물렀다.

저서는 지난 2000년에 펴낸 ‘실험과 도전으로서의 연극-김우옥 연극에세이’(월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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