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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2023 설특집

반려 토끼 어때요? 주인과 친해지면 ‘래빗키스’… 무서울땐 ‘귀 쫑긋, 발 콩콩’

이예린 기자
이예린 기자
  • 입력 2023-01-23 07:18
  • 수정 2023-01-2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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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몰랐던 토끼의 특징

낯가림 탓 신뢰 쌓는데 노력필요
당근이 주식? 많이 먹이면 毒
그루밍 · 배변 잘해 냄새 안 나
목욕 금물…감기·구더기증 우려

임신 중 임신 가능한 ‘중복자궁’
25~28일만에 4~6마리씩 출산
짧은 교미시간, 나름의 생존전략


“다산과 풍요의 상징 토끼를 직접 보니 올 한 해 운수대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지난 12일 오후 경기 안성 공도읍의 ‘토끼 마을’. 최고 기온이 12도까지 올라간 봄날 같은 날씨에 이 마을 토끼 90여 마리가 일제히 나와 야생 동물 보호용 울타리 안 2502㎡(약 756평) 동산에서 뛰놀고 있었다. 계묘년(癸卯年)을 맞이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흑토끼도 8마리 있었다. 토끼 마을을 찾기 전, ‘냄새 많이 나겠지’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토끼들은 그루밍(grooming·혀와 발로 몸을 다듬는 행동)이 철저해 체취가 거의 없다.

이 마을엔 각종 토끼가 산다. 사자 갈기처럼 머리와 몸에 털이 수북한 ‘라이언헤드(Lionhead)’, 큰 귀가 아래로 축 처진 ‘롭(Lop)’, 다 자라면 몸무게가 4~5㎏ 이상 나가는 ‘자이언트(Giant)’ 등이 있다. 토끼 마을 직원 허헌(24) 씨는 “라이언헤드의 털은 겨울에 더 풍성해진다”며 “롭이 특히 귀엽게 생겨 가장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허 씨는 털이 하얗고 눈이 빨간 토끼에 대해선 “알비노(백색증)라 검은 색소가 없어, 동공의 경우 핏줄이 그대로 비쳐서 빨갛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토끼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다. 번식력이 엄청나기에 이 마을엔 작은 울타리를 두 개 쳐서 암수를 구분해 놨다. 토끼는 생후 6개월이면 임신이 가능하고, 25~28일 만에 출산하며 한 번에 4~6마리 새끼를 낳는다. 특히, 토끼는 ‘중복 자궁’을 지녀서 임신 상태에서 반대쪽 자궁으로 또 임신이 가능하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은 “토끼는 항상 적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자신을 희생해 가족을 살리고 또 다른 가족을 계속 만든다”며 “토끼의 짧은 교미시간은 나름의 생존전략”이라 설명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5일 경기 안성 공도읍 안성팜랜드 ‘토끼 마을’을 찾은 한 가족이 물리기 방지용 막대인 ‘착한 손’으로 흑토끼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문호남 기자



원래 토끼는 낯을 많이 가리는, 긴장이 많은 천성이다. 이 마을의 토끼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먹이를 주기에 이들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학습돼 특이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마을의 축사장에서 키우고 있는 잿빛 새끼토끼(2개월)는 직원 허 씨가 잠시 안고 있어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본래 토끼들은 낯선 사람이나 소리를 무서워하고, 긴장하면 귀가 쫑긋 서면서 스텀핑(stomping·발을 제자리에서 구르는 행동)을 한다. 그래서 반려토끼 주인들은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토끼들은 친해지면 주인을 혀로 핥는 애정 표현인 ‘래빗 키스(rabbit kiss)’를 해주기도 한다. 대전 동구 본가에서 잡종 토끼 ‘토돌이’와 ‘토식이’를 키우는 직장인 최모(29) 씨는 “과묵했던 친구가 ‘인싸(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인기가 많은 사람)’인 걸 알게 되는 것 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드와프 잡종 ‘꾸꾸’를 9년여간 키운 아나운서 박혜미(여·31) 씨는 “질척거리지 않고 시크한 게 좋다”고 말했다. 토끼의 MBTI는 ISFP에 근접해 보인다. 이는 조용하지만 막상 친해지면 말이 많아져 “이런 성격인지 몰랐다”는 말을 꽤 듣는 유형이다.

토끼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는 주식(主食)이 당근이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토끼가 당근을 먹는 모습이 알려진 탓이 크다. 실제 토끼의 주식은 건초다. 토끼 마을에서도 이용객에게 판매하는 먹이로 생당근을 쓰다가 토끼들의 상태가 안 좋아지자, 지난해 초 알팔파라는 콩과식물 건초와 말린 당근을 소분해 주는 것으로 바꿨다. 동물권 단체 관계자는 “토끼는 평생 이빨이 자라기 때문에 이갈이가 되지 않으면 건강상 치명적 문제가 생긴다”며 “섬유질이 풍부하고 거친 티모시 건초가 주식으로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근이나 사과는 소량만 간식으로 급여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치근농양이나 소화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토끼를 밖에 풀어놔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오해다. 토끼 전문 작가 서유진(여·41)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토끼는 유럽 남부에서 살던 굴토끼를 반려용으로 개량한 품종”이라며 “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길에서 발견한 토끼를 야생토끼로 여기는 이들도 많지만 사람 눈에 띄는 모든 토끼는 사람이 키우다 버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토끼는 ‘냄새 나는 동물’이라는 인식도 잘못됐다. 토끼는 그루밍을 잘해 체취가 거의 없다. 오히려 토끼에게 목욕은 금물이다. 물이 직접 닿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뿐 아니라 감기나 구더기증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토끼는 영역 동물이라 배변 훈련이 가능하다. 유기 토끼 ‘호박이’를 키우는 손한빛(여·31) 씨는 “대부분 토끼는 배변을 잘 가리고 스스로 털을 정돈하기에 목욕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이 저물고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이 밝았다. 토끼의 해가 호랑이의 해보다 더 나을 것으로 기대하게 하는 옛이야기들이 있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며 호랑이 꼬리를 물속에 담가놓아 얼리는가 하면, 자갈을 밥이라고 속여 불에 달궈 먹게 하는 식으로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작고 약하지만 임기응변의 지략을 발휘하는 토끼에게 번번이 당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올해의 열쇠 말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로 토끼처럼 뛰어오르자”고 제시했다.

■ 뛰어난 번식력·쉬운 채혈… 한 해 동물실험에 수만마리 희생

바이러스 항체실험에 많이쓰여
마취·진통제 없는 수술에 동원도
동물단체선 지속적 중단 촉구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를 맞은 가운데, 그간 과학기술 연구뿐 아니라 생태계 유지에도 큰 몫을 하는 토끼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생태조사’에 따르면, 토끼는 2021년 동물실험에 2만6676마리가 사용됐다. 토끼는 바이러스나 병원체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만드는 데 핵심적으로 쓰인다. 항체는 몸속 면역세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를 이용한 의약품을 만들려면 의약품에 쓸 항체를 찾아야 한다. 이때 생물체에 의도적으로 병원체를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혈액 속에 생성된 항체를 뽑아내는 방식이 활용되는데, 여기서 쓰이는 대표 생물체가 토끼다.

이처럼 토끼가 쥐에 이어 가장 흔한 실험실 동물 중 하나로 활용되는 이유는 유순한 성격, 저렴한 유지·관리비, 뛰어난 번식력 때문이다. 또, 혈액이 넉넉하고 귀 정맥을 통해 혈액을 추출하기 용이한 점도 있다. 다른 동물에 비해 항원에 잘 달라붙는 항체를 많이 생산하기도 한다. 이미 많은 연구 데이터가 쌓여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실험동물의 과도한 희생을 동반한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1년 동물실험에 사용된 토끼 2만6676마리 중 5700마리는 마취나 진통제 없이 실험이나 수술을 하는 ‘고통등급 E’에 동원됐다. 이미 1970년대부터 동물실험과 관련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유럽 의회는 2013년 화장품에만 사용되는 성분에 대한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했고, 지난해 9월엔 연구·테스트·교육을 위한 동물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결의안에도 합의했다. 동물권 단체 하이 관계자는 “동물실험에 이용되는 토끼들의 삶은 처참하다”며 “평생 좁은 쇠창살에 갇혀 반복되는 인공 빛과 쉴 새 없이 들리는 철창 소리는 죽는 순간에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끼는 잡초를 뜯어 먹으며 여러 종류의 식물이 자랄 기회를 주는 등 존재 자체로 중요한 동물이다. 동물학자들은 토끼를 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파수꾼이라 칭한다.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초식 가축이 식물을 뜯어 먹은 뒤 땅에 분뇨가 떨어지면, 그게 비료 성분이 돼서 일상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종자가 발아된다”고 설명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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